[현장클릭]정몽구 회장의 '난 자리'

[현장클릭]정몽구 회장의 '난 자리'

박정룡 기자
2006.05.2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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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평소 익숙하고 자주 볼 땐 그 존재를 잘 모르다가 막상 볼수 없게 되거나 자리를 비우면 그 존재가 무척 아쉽고 빈 자리가 커보일 때 쓰는 말입니다.

요즘 부쩍 이 말이 자주 생각나는군요. 우리나라 국가경제를 이끌고 있는 양대 그룹의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구속 수감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난 자리’가 생긴건데요. 그 공백이 매우 심각하다 합니다.

당장 현대차·기아차의 국내외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현대차 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하네요. 현대캐피탈은 지난 2004년 8월 세계 최대 기업인 GE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해외에 할부금융사 설립 등 신규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파트너인 GE의 이멜트 회장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GE-Day 행사에 참석하고 국내 사업 파트너와의 주요 현안을 결정하기 위해 26일 방한해 27일에는 정몽구 회장과 만나 두 그룹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 또는 결정할 예정이었다 합니다. 그러나 정회장의 구속으로 만남 자체가 무산돼 사업논의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미 현대캐피탈은 지난 4월 현대·기아차그룹, GE와 함께 중국 할부금융사 설립을 발표하려 했으나 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발표를 취소했으며 미국,유럽으로의 할부 금융사 공동 진출에 대한 구체적 사업진행 역시 늦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 회장과 이멜트 회장은 지난 2003년 5월 이멜트 회장이 방한했을 때부터 글로벌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습니다. 특히 이멜트 회장은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 GE의 최고위 임원 교육 과정 EDC프로그램(Executive Development Course)에 현대자동차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포함시키도록 할 만큼 현대차그룹과 정회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고 합니다.

특히 이멜트 회장은 전용기에서 보고를 받고 5분 단위로 시간을 계획해 사용할 만큼 세계에서도 가장 바쁜 경영자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방문했을 때도 무박 1일로 일정을 소화했을 만큼 GE그룹의‘세계경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언제 다시 올 지 모를 아까운 기회를 놓친 셈이죠.

정 회장은 평소에도 현대차그룹의 총수로서 각종 국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느끼게 했지만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경영일선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지금은 그 존재가 얼마나 절대적이었는지를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난 자리’가 하루빨리 다시 채워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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