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조그만 올려도 '사채놀이' 비난 빗발 난감
"수익에 눈먼 A은행이 고금리 대부업에도 나서려 한다."(시민단체)
"금융권에서 소외된 저신용자들이 몰리며 일본계 대부업체만 돈을 벌고 있다."(정치권)
대부업을 놓고 상반된 여론에 서민금융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당국이 제도권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진출을 권고하자 업계는 다소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17일 한 강연에서 "국가가 외환위기로 위기에 처한 제도권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넣어 현재 수조원의 흑자가 나고 있다"며 "(은행·저축은행 등이) 서민금융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권이 풍부한 자금력을 저신용자들에게 풀어야한다는 취지로 금융당국 수장이 공식석상에서 이를 주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금융회사들이 서민금융업 진출을 검토하면 "대부업과 다름없는 사업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 금리를 높게 적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한 것이다.
실제 'K은행이 조만간 고금리 대부업 시장에 진출한다'는 보도에 대해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다. K은행이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 신용대출상품의 금리는 연 25%로, 대부업체(연 49%)나 여신금융사(30%대) 등보다 높지 않았으나 '대부업'이 문제가 됐다.
K은행은 "기초적인 검토였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적지 않은 곤욕을 치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업과 무관하게 대출금리를 약간이라도 올리면 고금리 사채놀이를 한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라 영업전략 수립이나 상품 출시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저신용자들의 어려움이 큰 만큼 김 위원장의 권고 대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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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약간이라도 금리가 높으면 곧바로 저축은행이 사채놀이를 한다는 비난이 쇄도한다"며 "고금리 신용대출상품을 검토하더라도 출시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위원장이 저신용자대출을 주문하더라도 실무진 입장에서는 (대출을 시행하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일부 저축은행은 인터넷 등을 통한 신용대출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취급비중이 낮다. 업계는 과거 소액신용대출을 적극 취급했지만 신용위기 당시 큰 타격을 받아 이를 중단했다.
이처럼 고금리대출에 대한 따가운 여론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은 적극적인 진출이나 영업전략 수립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간간이 소규모 개별상품만 등장하는 정도다.
금융계 관계자는 "불법사채의 부작용 때문에 고금리 대출상품의 이미지가 어두워졌지만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며 "시장의 순기능을 살리며 저신용자들의 자금수요도 충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