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건 거짓말이야. 사정이 좋을 때는 대출을 더 받으라고 권유하다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상환을 독촉하잖아. 은행이 본격적인 자금회수에 나서면 정말 끝이야."
얼마전 식당에서 옆 자리에 앉은 노신사 일행이 나누던 대화 한토막이다. 눈을 돌려보니 TV에서 은행이 기업에 힘을 보태겠다는 내용의 광고가 흘러나왔다.
#"은행원이 왜 그렇게 많은 보수를 받는 겁니까. 고객에게 받은 높은 이자와 수수료를 자기들끼리 나눠갖는 것 아닌가요." 최근 은행권의 대졸 신입행원 임금이 과도하다는 머니투데이 기획기사를 본 한 독자의 반응이다. 기자는 상대적으로 센 업무강도 등 은행원의 애로를 대신 설명해줬지만 그의 분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 듯 했다.
은행을 대하는 외부의 시선은 이처럼 따갑다. 과거 '꺾기' 등 부적절한 대출관행 등으로 상처받은 고객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한동안 의욕적으로 판매한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수익률이 급락하자 '무책임한 행태'라며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 속에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또다시 "비올 때 우산을 빼앗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은행들은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영업관행을 뜯어고치고,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역부족이다.작은 '선행'으론 그간 쌓인 불신이 너무 큰 탓이다.
물론 은행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자본부터 확충해야 하는 처지여서 대출여력이 제한된 상태다.
일시적인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나 일반고객을 적극 지원하다 대출이 부실화하는 경우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십상이다. 당국은 이번에 중소기업 대출이 부실해져도 고의적인 실수가 아닌 경우 '징계사면' 해주겠다고 했지만 은행원들은 앞서 생긴 흉터로 몸부터 사리게 된다고 말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거대한 가시덤불을 앞에 두고 찔리고 긁힌 상처를 두려워해서는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 이번 위기를 헤쳐나갈 것인지, 그대로 멈춰설 것인지는 은행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