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졸초임 4316만원](상)
-"우수인재 확보하자" 은행 경쟁
- 인플레 노동시장 왜곡 요인
국내 은행의 대졸 초임이 경쟁국에 비해 높은 것은 최근 수년간 수익이 급증하면서 살림살이가 넉넉해 졌다는 점에서 1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넉넉해진 살림에 '돈 잔치'= 지난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천문학적인 부실여신 증가로 생존의 갈림길에 섰던 은행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을 통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은행 수익이 '조' 단위로 급증하자, 직원 급여를 대폭 올리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당시 출자전환 등으로 지분을 보유했던 기업들이 정상화돼 매각되면서 비경상이익이 급증했던 점도 은행의 '인심'을 후하게 만들었다.
전통적으로 은행원 임금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 은행이 돈을 많이 버는데다, 돈을 만지는 직원이 가난하면 사고가 많이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임금을 넉넉히 주자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동일한 임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목표연동성과급 또는 초과성과급 등 인센티브 제도를 통한 급여차별화가 도입됐다. 문제는 성과가 저조한 직원에 대한 패널티는 미미한 반면,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훨씬 많았다는데 있다. 이는 은행권의 전반적인 임금 수준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우수인재 확보가 최고경영자(CEO)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은행들은 신입행원의 초임을 경쟁적으로 높였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과거 일부 은행은 대졸 신입행원 모집 시 파격적인 해외유학 조건 등을 내걸기도 했다"며 "이에 자극받은 경쟁 은행들도 우수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은행권 내부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업무량과 강도높은 근무환경이 신입 행원의 임금을 높은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원의 소원은 집에서 저녁 9시 뉴스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은행원들은 밤 10시~11시 은행문을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급여로라도 보상을 해 줘야 신입 직원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도 "은행별로 희망퇴직을 받으면 신청 직원들이 많다"며 "월급 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 조기 퇴직을 신청한다는 것은 그만큼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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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과장급 초임 과연…"= 그러나 국내 대졸 초임이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재계는 금융권의 대졸 초임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됨에 따라 굴지의 대기업 조차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임금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인총협회가 100인 이상 1886개 국내기업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직원의 평균 초임 연봉은 2726만원이었다. 상위 직급의 경우 부장 5807만원, 차장 5108만원, 과장 4467만원, 대리 3655만원 등이었다.
이와 비교할 때 은행권의 임금 수준은 훨씬 높다. 대졸 신입행원 초임 연봉은 평균 4300만원 선으로, 일반기업체의 5~10년차 과장급 수준이다. 일부 은행의 신입행원 초임은 5000만원으로, 일반기업체 차장급 연봉에 육박한다.
대기업과 비교해도 은행 등 금융권의 보수는 현격히 높다. 지난해 11월 경총 조사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국내 금융 및 보험업 대졸초임은 3만3514달러로, 1000인 이상 국내 대기업 대졸초임 2만9806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당시 일본의 2만2273달러(금융 및 보험업 초임), 2만5256달러(대기업 초임)보다 각각 50.5%, 18.0% 높은 수준이다.
경총은 "금융업권의 높은 정규직 대졸 초임이 일반 대기업의 대졸초임 상승을 유인하고 있다"며 "정규직 대졸초임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됨에 따라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대졸자의 취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청년층 실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