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과 인턴의 불편한 동거

[기자수첩]기업과 인턴의 불편한 동거

반준환 기자
2009.04.06 07:45

올해 초 금융권에서 시작된 인턴십 채용이 일반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인턴십 채용공고를 내는 등 정규직 채용이 사라진 빈 자리를 인턴사원들이 채우고 있다.

인턴십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은행들은 올해 6000~70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할 예정이고 한국전력 등 공기업들도 수천명 이상의 채용계획을 갖고 있다. 인턴제도를 운용하지 않던 몇몇 대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미루는 대신 인턴십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취업정보회사 등이 집계한 대기업 65곳의 인턴 채용 규모는 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과 공공부문 등을 합하면 연간 수만명의 청년이 인턴사원으로 일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정규직보다 인턴십이 보다 자연스런 채용문화같다"는 네티즌의 말이 남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인턴제가 파행적으로 운용된다는 지적은 올들어 계속 나왔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개선책까지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턴십은 기업과 직원 모두에 불편한 동거가 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턴문화가 아직 생소하다는 점도 한 원인이 되고 있으나 인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기본방침이 보다 큰 문제로 보인다. 기업들은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떠밀려 인턴을 채용했을 뿐 내부적으로는 사실 인력운용에 한계를 느끼낀다"는 점을 감추지 않는다.

"회사가 이번에 처음으로 인턴사원을 채용하기로 했는데, 인사쪽에서 보내 온 사전 운용지침을 보면 고육지책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최근 만난 기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회사가 대외적으로 인턴사원 가운데 일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문제의 지침에는 인턴사원에게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이들이 다른 기업의 채용에 공모하면 적극 지원하도록 돼 있었다고 한다. 또한 업무와 관련해서는 인턴사원들에게 허드렛일을 맡기지는 말되 실무 측면에서 필요한 업무와도 거리를 두도록 해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기업들이 채용한 인턴사원들을 사회봉사에 투입하거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 협력업체에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해 보인다.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느니 서로에게 보다 떳떳한 관계가 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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