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당국에 대한 이례적 칭찬

[기자수첩]금융당국에 대한 이례적 칭찬

반준환 기자
2009.05.08 13:41

"한국 금융기관들 대단하지 않습니까. 세계적이라는 위기에서 흔들리는 곳 하나 없잖아요. 은행 뿐 아니라 제2금융권도 별 문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 외환위기가 오히려 경제에는 약이 된 듯 합니다. 특히 금융당국의 공로도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피박"이라는 말처럼, 업무 속성상 여간해서는 금융권의 칭찬을 듣기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권 종사자들 사이에서 이례적으로 호평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년 전 취했던 조치들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이기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있다.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위원장 시절 도입한 것으로,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막았다는 평이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게 유지한 덕에, 은행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무난히 통과하고 있다. '한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던 글로벌 신용평가사나 해외 언론들도 국내 은행들의 주택대출 만큼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비중을 30%로 제한한 것과 대손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도록 한 것도 상당한 효과를 봤다. 예전 같으면 수십 곳 업체가 문을 닫았어야 했으나, 적절한 사전조치 덕에 금융위기 후에도 영업정지를 당한 곳이 없다는 평이다.

최근 공개되는 금융기관들의 성적표에는 이런 성과들이 반영됐다. 올 1,2월만 해도 "대부분 은행들이 1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KB금융(160,000원 ▲1,200 +0.76%)은 23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우리금융과신한지주(99,700원 ▼200 -0.2%)는 각각 1623억원, 118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빅4 가운데 하나금융만 적자를 냈다. 지난 연말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덕이다. 저축은행들도 부실PF 처리조치 등이 적절히 취해진 덕에 생각보다 실적이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이 선전하는 건, 외환위기와 신용위기의 경험과 적극적인 자구노력의 결과로 봐야한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금융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있었음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위기극복에 대한 조급증 때문에 금융권에 지나친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만큼은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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