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정책금융공사(KPBC) 설립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산업은행 분할방안이 지난달말 확정됐다.
평을 듣기 위해 찾은 시중은행 임원은 대뜸 "3차원 방정식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공기업 매각에 정책금융공사 활성화, 국내외 투자자 동향 등 난제가 뒤섞였다는 취지였다.
산은 분할방안의 골자는 기존 산은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고 최종적으론 지분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민영화로 확보된 자금은 중소기업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산은이 수행하던 공적금융 기능은 별도 조직으로 분리되는 KPBC가 맡게 된다.
정부는 산은 민영화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산은법 개정을 위해 여의도를 찾아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을 설득해야 했고,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이 약화되지 않도록 KPBC를 설립하는 과정에서도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은행 임원의 말대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KPBC에 이전될 부채다. KPBC는 자산 28조원, 자기자본 3조원, 부채 25조원으로 설립된다. 부채의 대부분은 산금채로, 금리를 감안하면 연간 7000억~8000억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수익보다 공적기능에 주력해야 하는 KPBC 입장에선 적잖은 짐이다.
정부는 산금채의 만기와 상환비율을 안분해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KPBC에 산은 지주 지분 100%를 출자한다는 대안까지 마련했다. 산은의 수익을 배당으로 KPBC에 지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역시 임시방편이며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등 출자전환 주식뿐 아니라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지분까지 줄줄이 매각해야 하는 풀리는 문제여서 녹록지 않다.
KPBC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산은을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나 간단치 않아 보인다. 국내 은행들은 투자여력이 없고 해외에는 산은보다 매력적인 매물이 많다는 점에서다. 산은과 KPBC는 기형적인 형태로 동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 자칫 3차원이 아니라 더 풀기 어려운 '4차원 방정식'이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