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피 부서된 금융위원회

[기자수첩]기피 부서된 금융위원회

김익태 기자
2009.09.01 15:55

"어쩌다 이렇게까지…." 최근 변호사 회계사 등 특채 사무관 채용을 두고 금융위원회의 한 간부가 내뱉은 탄식이다. 효율적인 금융정책 수립과 감독 업무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민간 수혈'인데도 답답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금융위는 올 들어 수차례 다른 부처에서 사무관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다른 부처 역시 인력난에 시달리는 터라 적임자를 선뜻 내놓지 않은다. 하지만 금융위가 사무관 수혈에 실패한 주된 이유는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데 있었다.

금융위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옛 재무부 이재국은 엘리트 중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행정고시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면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재무부 출신 관료들 가슴 한 구석에 '파워 엘리트'라는 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이유다.

당시 사무관 한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는 경우도 많았다. 전·현직 금융위 간부들은 "사무관의 말 한마디에 업계 판도가 달라질 정도로 힘이 있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들을 하곤 한다. 이재국 관리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몸 바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정부 조직 개편으로 과거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가 합쳐지면서 조직이 대폭 축소됐다. 이와 달리 업무는 예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고,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노동 강도는 더 세졌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에 주말까지 출근하는 생활이 거듭되자 몇몇 사무관은 지난해 친정을 떠났다.

조직이 작아지다보니 해외 연수기회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중앙부처 사무관들 사이에 금융위는 메리트가 별로 없고 일만 많은 부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초임 사무관들을 상대로 한 부처 선호도에서도 상위권 밖으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결단을 내렸다. "순혈주의를 깰 필요가 있다"며 민간 수혈을 지시한 것이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으로 중차대한 분야다.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사무관들의 기피 부처가 되고 있는 것은 '세대가 다르다'는 식으로 봐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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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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