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과세상품 판매하고 싶다면

[기자수첩]비과세상품 판매하고 싶다면

오수현 기자
2009.12.15 08:36

"기자들은 저축은행에서 비과세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얼마 전 식사를 함께 한 저축은행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이런 질문부터 던졌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런저런 안부인사를 건넬 법한데 비과세상품 얘기부터 꺼내는 걸 보니 저축은행 업계가 얼마나 비과세상품 판매에 목말라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에선 최근 국회의원과 금융당국 관계자를 자주 접촉하면서 비과세상품 판매의 당위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저축은행장도 언론에서 저축은행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에 기자에게 이런 인사 아닌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

이후 계속된 그의 얘기에는 공감가는 면이 적잖았다. 그의 말대로 서민 고객을 생각해 저축은행에도 비과세상품 판매를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 저축은행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축은행의 예·적금 이자에는 15.4%(주민세 포함)의 세율이 부과되지만 농협, 신협 등에서 판매하는 비과세상품에는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부과된다. 그만큼 저축은행은 예금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업계의 주장은 여러모로 설득력이 있지만 저축은행에서 비과세 상품을 취급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허용하기엔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6월말 현재 저축은행업계가 자영업자와 저신용서민(신용등급 7~10등급)에게 대출한 금액이 전체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5%에 그쳤다. 이래서는 서민금융기관이라고 얘기하기 힘들다.

기자는 얼마 전 경남 진주의 한 저축은행장을 인터뷰 하면서 위기에 처한 지방 저축은행의 생존 해법은 물론 정책당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묘책'을 발견했다. 이 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은 저축은행 본연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며 일절 취급하지 않고 일수대출 등 발로 뛰는 영업을 주로 펼친다. 직원들은 매일 시장으로 나가 고객 상인들의 매출상황을 점검한다. 지역 주민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덕에 신용대출을 받아간 지역 주민의 집안 사정도 훤히 꿰뚫고 있다. 주민들이 은행으로 찾아와 직원에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기 때문이란다. 명실상부한 커뮤니티뱅크인 셈이다.

이처럼 탁월한 정보력(?)을 갖춘 덕에 이 은행은 신용대출과 일수대출이 대부분인데도 높은 건전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저축은행에서 비과세상품을 판매하겠다고 한다면 정부와 국회에서도 허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진짜 서민금융기관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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