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가 생리학 박사를 뽑은 이유?

정책금융공사가 생리학 박사를 뽑은 이유?

정진우 기자
2010.02.26 07:03

[기자수첩]인재블랙홀 정책금융공사의 이례적 선택

정책금융공사(KoFC)가 금융계의 '인재블랙홀'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28일 출범한 정책금융공사가 최근 실시한 경력직 채용에 각 금융회사 우수 인재가 대거 몰렸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100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산업은행이 지난 55년간 맡고 있던 정책금융 업무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공사는 지난 1월 경력사원 채용공고를 냈다. 결과는 50명 모집에 3563여 명이 지원. 폭발적 반응이었다. 업계에선 각 시중은행의 핵심 파트 고급인력들이 대거 지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금융 공기업과 시중은행, 회계법인 등 금융권 우수 인력들이 많이 지원했다. 대기업과 연구소 등에서도 몰렸다. 100여 명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포함,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전체 지원자의 30%가 넘었다. 공인회계사 310명, 미국회계사 77명, 변호사 6명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도 넘쳤다.

이들 중 50명이 2차에 걸친 면접을 통해 뽑혔다. 국제금융을 비롯해 기업금융, 투자금융 등 여러 분야에 배치됐다. 이들은 지난 24일 첫 출근을 했다. 직급도 천차만별이다.

공사는 이번 채용의 초점을 '다양성'에 맞췄다.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스펙이 좋다고 뽑지 않고 각 산업별 특성에 맞게 인재를 골랐다. 최종 합격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이유다.

대학에서 인체 해부학을 가르치던 젊은 교수가 뽑힌 것이 대표적이다. 생리학을 전공한 그는 앞으로 공사가 바이오사업(BT) 지원 시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국가의 정책 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 분야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공사의 뜻도 담겼다.

공사가 이처럼 특이 이력을 중시한 것은 금융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어서다. 공사는 확실한 전문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부문까지 챙기겠다는 생각이다.

공사가 산은 출신 지원자보다 이들을 더 많이 뽑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산은 출신 지원자를 뽑으면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세부 분야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전문가를 적극 키우겠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 이슈가 됐던 정책금융공사의 이번 경력직 채용. 갈 길 바쁜 정책금융공사의 인사 실험이 국내 정책금융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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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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