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위반 아니나 분쟁 및 선의의 피해 소지, 관련규정 정비해야
지난해 1월 이후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100억 원 이상 대출 승인이 이뤄진 뒤 취소된 사례가 6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출 승인이나 취소에 따른 통지 관련 규정이나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아 대출 승인과 취소에 따른 법적 분쟁 가능성과 선의의 피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 동안 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업 등 3개 권역에서 100억 원 이상 대출 승인 후 취소된 게 6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소비자보호 현장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은행이 35건, 저축은행이 20건, 여신전담회사가 7건 등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100억 원이 넘는 대출건을 전화로 승인을 통보해준 뒤 전화로 다시 취소하는 사례가 적잖았다"며 "적은 금액의 대출 승인 후 취소 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승인 통지는 대부분 유선으로 구두 통보됐다. A은행이 500억 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유선으로 승인했다 취소한 게 대표적이다. 이유는 '계획 사업 지연'이었다. B저축은행의 경우 110억 원의 일반자금 대출을 승인했다 차주와 협의내용이 맞지 않자 이를 취소했다. C캐피탈은 기업자금 대출로 450억 원을 승인했다 민원 등 채권회수 우려가 있다고 취소했다.
취소 통지도 전체의 91.9%(57건)가 유선(구두)로 이뤄졌다. 문서로 취소 통지가 이뤄진 것은 5건에 불과했다.
특히 은행과 저축은행 등 관련법이나 규정에 대출 승인과 취소 통지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은 승인 후 즉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취소에 대한 규정은 미비했다. 통지방법도 없었다.
이렇다보니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 일방적 대출 승인 및 취소 통지를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거액 여신은 대출승인 절차와 금리, 기간 등을 감안할 대 다른 금융회사로 전환이 쉽지 않다. 대출 승인 취소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승인 취소가 내규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순 없지만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농후하다"며 "대출 승인과 취소와 관련한 통지방법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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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필요시 금융회사의 대출승인과 취소와 관련해 통지방법 등을 내부통제기준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향후 금융회사 검사 시 우월적 지위 남용 등 규정 위반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