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개 건설사사 C,D등급… 해당 업체에 통보"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내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4일 저녁 채권단 고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지난 23일 주채권은행과 부채권은행 간 이견조정 절차를 끝냈을 때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개수를 말할 순 없지만, 오늘 구조조정 대상 업체에 결과가 이미 통보됐다"고 전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16~18개 업체가 C등급(워크아웃)과 D등급(퇴출·법정관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평가 대상 160여 개 중 10%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9~10개가 C등급, 7~8개가 D등급을 받았다. 대부분 주택사업을 주력하는 건설업체들이다. 시공능력 50위권에 드는 업체도 상당 수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시장에 떠돌던 이른바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던 업체 대부분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25일 오후 3시에 있을 발표 자료를 손보느라 퇴근도 미룬 채 마지막 정리에 몰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돌아보면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3개월 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평가 대상 업체수가 적잖았다. 주요 은행당 평가업체수가 100여 개에 달했다. 건설사의 반발에 '부실평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감독당국의 엄포까지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다. 내부와의 싸움도 쉽지 않았다. 평가 담당자들 상당수가 리스크 관리부서 직원들이었다. 은행 내 주요 부서가 아닌 탓에 여신 취급 담당자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힘들기도 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채권은행과 줄다리기를 하며 진을 뺐다. 특히 한 은행과 건설사가 필사적으로 버텨 설득이 쉽지 않았다. 평가 잣대를 점수보다 생존 가능성에 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견조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도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이냐, C등급이냐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여신에 부실이 발생하면 책임져야하는 은행 담당자의 입장은 이해가 됐다. 그렇다고 형평성을 잃을 순 없었다.
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건설·부동산에 많이 물린 탓에 이번 구조조정 여파로 2분기 이익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건설업종 익스포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일 발표 결과를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주채권이 아닌 곳에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충당금 계수가 확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로비도 상당했다. 도급순위 상위 업체보다 오히려 하위 업체들의 전화가 빈번했다. 주변을 통해 전달되는 하소연이 한둘이 아니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막판에는 아예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청와대와 당국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이번에는 엄정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