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銀, 포스트 PF시대 준비하려면…

[기자수첩]저축銀, 포스트 PF시대 준비하려면…

오수현 기자
2010.07.11 14:21

저축은행 자산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분위기다. 업계 전체적으로 3조8000억 원 어치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 처분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조만간 금융당국과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을 예정인데, MOU가 체결되면 당국의 강도 높은 경영개선 요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이 같은 요구는 당연하다. 업계도 당국의 이 같은 입장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어차피 3년 뒤에 우리가 다시 되사올 건데, 30억~40억 원 어치 채권 사주고선 경영 간섭은 지나치다"(지방 A저축은행 임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캠코에 매각한 채권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점도 불만이다. 즉 업계는 부실 PF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적립하는데 3년이라는 시간을 번 것 이외에는 그다지 득이 된 게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저축은행에 대한 당국의 정책이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만난 저축은행 사람들은 한결 같이 "부동산 대출을 옥죄기만 하고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다시 말해 업계가 '포스트 부동산PF'를 준비하기 위해선 제도적 지원과 규제완화가 필요한데, '당근'없이 '채찍'만 휘두르는 당국이 야속하기만 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에 '서민금융'에 주력할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전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사이의 업무 영역이 구분돼 있어 저축은행들이 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영업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익창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동일한 시장을 놓고서 시중은행과 카드, 캐피탈, 대부업체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업계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된 만큼 이제는 당국이 저축은행들이 부동산PF와 같은 고수익·고위험 투자에 뛰어들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업환경을 조성하고 서민금융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영업권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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