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한금융의 '상생경영' 실험

[기자수첩]신한금융의 '상생경영' 실험

신수영 기자
2010.08.18 09:38

신한금융그룹이 중소기업과 저소득 서민 지원 강화를 위해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은 17일 오랜만의 대외 행사 나들이로 신한미소금융재단의 4번째 지점인 서울망우지부 개점식에 참석했다. 근처 재래시장을 돌며 미소금융 홍보도 하고 상인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라 회장이 공식적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03년 조흥은행 인수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일 신한금융은 총 2200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상생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규모가 상당한 점, 급작스럽게 발표한 점 등을 들며 뒷말도 없지 않았다. 정부가 상생을 강조하며 '돈 잘 버는' 대기업에 대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1년 전부터 고민해온 계획을 시기만 앞당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와 역할에 대해 고민해온 결과라는 얘기다. 이날 첫 서울지부인 서울망우지부 개소식에 라 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도 상생경영에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풀이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고기를 주는 것(일방적 시혜)에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일은 단순한 기부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방안이다.

이번 신한금융의 상생경영 내용을 보면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빈곤계층에 대한 시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로 잘되는 방법을 고민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금융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중앙부처와 손잡고 취업박람회도 개최한다. 이곳에서 취직이 된 구직자에 월 30만원 씩 임금을 보전하는 미래 희망펀드 적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구인난의 가장 큰 이유인 대기업과의 임금차를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인만큼 논란이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초기 잡음도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신한금융은 실제 실행과정에서 더 많은 고민과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이 기대가 되는 것은 진정한 상생 경영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신한금융이 지원한 박람회 덕에 취업이 된 구직자는 신한은행에 통장을 개설할 것이다. 저소득층에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면 이들이 신한은행에서 새로 계좌를 틀 여지가 많아진다. 상생경영에 따른 대외 신인도 증가는 웬만한 광고 못지않은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은 말이 많지만 업계 1위인 신한금융이 하면 다들 따라한다. 자동차 할부금융(오토론)도 월복리도 신한이 하면 유행이 된다. 상생경영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한금융이 시장원리에 배치되지 않으면서도 계층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참신한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이를 본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의외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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