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전쟁'하고 있는 은행, 왜 그러지?

고객과 '전쟁'하고 있는 은행, 왜 그러지?

김지민 기자
2010.09.23 14:46

[기자수첩]외환은행 vs 현대그룹, 신한은행 vs 투모로그룹 간 법정 다툼

최근 외환은행 vs 현대그룹, 신한은행 vs 투모로그룹 간 법정 다툼이 일면서 은행과 고객의 관계가 투쟁의 양상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은 지난 5월부터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놓고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라는 은행과 이를 거부하는 기업 간 줄다리기는 끝내 법정까지 올라갔다. 법원이 지난 17일 현대그룹이 채권단의 공동제재를 풀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둘 간의 기 싸움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룹 내 후계를 둘러싼 권력다툼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신한금융도 10년 동안 거래하던 기업과 맞고소를 하는 처지가 됐다. 신한은행으로부터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함께 고소를 당한 투모로그룹은 신한은행장을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불법대출을 받았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통에 회사 이미지는 물론 영업활동에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일어나게 된 경위야 다르지만 원인은 둘 다 소통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그룹은 외환은행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방안을 찾으려는 대신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갔다. "우리가 왜 멀쩡한 기업에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맺으려고 이렇게 발버둥 치겠습니까. 우리와 거래하는 우리의 고객이기 때문 아니겠습니까"라는 은행 측의 노력은 통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수년간 거래해온 기업을 단 한마디 언질도 없이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고소했다. "우리를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기업 활동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불법대출이나 받는 업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은행이 가진 권력의 힘인가요."라고 반문하는 회사 측 호소에 은행은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사람이 누군가를 처음 만나 서로에 대해 알게 된 후 믿음을 주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공들여 오랜 시간 쌓은 신뢰이니만큼 그것이 깨지고 나면 관계도 끝난다. 물론 둘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서로 소통하면 관계 회복도 가능할 수 있다. 은행과 거래기업 간의 관계도 인간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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