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한'이 다시 '신앙' 되려면

[기자수첩]'신한'이 다시 '신앙' 되려면

정진우 기자
2010.11.07 14:54

"저와 여러분에게 신앙과도 같은 신한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입니다."

지난 1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99,900원 ▼100 -0.1%))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한 말이다. 라 회장은 이날 이임사를 읽는 도중 "떠날 때가 됐다"며 울먹였다. 라 회장의 이임사를 듣고 있던 수많은 신한맨들은 이 말에 공감했다.

사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종교집단과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벌떼문화, 강렬한 파이팅 스피릿으로 읽히는 기업문화는 꼭 그렇게 보였다. 그 바탕엔 '주인정신'이 있었다. '내가 바로 이 은행의 주인'이라는 의식은 조직과 자신을 하나로 여겨 자율적이고 솔선수범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결국 조직에 대한 열정과 로열티로 나타났다.

하지만 '9·2 신한사태'로 신한엔 큰 상처가 났다. 지난 30년간 쌓아온 신한의 문화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신한은 지금 힘 잃은 '신앙'의 길을 다시 찾으려고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다. 라 회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고 있어서다. 라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달라질 게 없다는 지적이다.

라 회장 퇴진 후 그룹 운영 체계는 이사회와 특별위원회 중심으로 재편됐다. 특위는 라 회장,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3인방'만 제외하면 이사회 멤버 그대로다.

특위엔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의결 사항은 다시 이사회에서 심의를 해야 한다. 앞으로 주요 의사결정이 모두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라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면 특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데다, 이사회가 결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비판이다.

당장 오는 9일 특위의 첫 모임이 열리는데, 내부에서조차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신한의 고위 관계자는 "신한지주 이사진들은 대다수 라 회장과 친분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이다"며 "라 회장의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는 한 특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라 회장이 조직을 생각한다면 이사직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등기 이사직은 주주총회에서 다룰 사안이어서, 내년 3월 주총이전엔 본인 판단이 중요하다. 라 회장은 스스로 신한을 신앙이라고 했다. 신앙의 본질은 결국 믿음이다. 라 회장은 "신한의 힘을 믿고 이사직을 내놓는 게 진정으로 조직을 위하는 길"이라는 신한 안팎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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