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마비···금감원, 은행 추가검사 후에야 현장조사
외국인 산업연수생 계좌를 불법 지급정지 해 논란을 빚었던 국민은행이 추가검사를 실시한 결과 1500여 건의 계좌를 불법 지급정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금융기관에서 수년간 본인 동의 없이 계좌를 지급정지 하는 위법행위가 저질러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은행 자체 조사 결과 외국인 산업연수생 1500여 명의 계좌를 불법 지급정지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현재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은 금융회사에 예치돼 있는 돈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약 또는 인출할 수 없도록 돼 있어 국민은행의 이 같은 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1월대우조선해양(123,500원 ▼4,200 -3.29%)측 요구로 외국인 산업연수생 계좌 355건을 불법으로 지급 정지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2009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외국인 산업연수생의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국민은행에 예금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 후 국민은행이 전국에 있는 전 지점과 기관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500여 건의 불법 지급정지 계좌 건이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또 조사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계좌를 해약한 후 해약금 50억여 원을 근로자가 아닌 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은 그동안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인 동의 없이 사측의 요구만으로 근로자들의 계좌를 지급 정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은행원이 버젓이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에 완전히 구멍이 뚫렸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통해 불법 지급정지 계좌 건이 다수 파악돼 금감원에 보고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조사 대상이 된 계좌에는 이미 해지된 것들도 포함돼 있어 건수가 많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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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도 이번 사태를 방기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은 2009년 12월 31일 최초의 민원을 접수받은 이후 국민은행 자체 조사에 맡긴 채 단 한 차례도 별도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은행으로부터 355건에 대한 지급정지 사실을 서면보고 받고도 즉각 현장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가 1500여 건 계좌에 대한 은행 자체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후에야 부랴부랴 부분조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지급정지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 이후 은행 자체 조사를 실시토록 해 결과를 계속 보고받았다"며 "1500여 개 불법 지급정지 건이 확인된 것도 금감원이 은행 측에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해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1500여 건이 확인된 이후 은행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금감원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며 "1200개 점포에 일일이 현장조사를 나갈 수가 없어 자체조사에 맡긴 것이지 사태를 방기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