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팀장 될 겁니다" 소주잔을 꺾은 그가 마음속에서 한마디를 토해냈다. 쉰이 다된 중년의 사내가 갓 입사한 새내기마냥 들떠 있었다. 다른 테이블 여기저기서는 축하와 위로가 오간다. 한탄도 섞여 있다. 금융감독원 팀장급 인사가 발표 나던 날 밤, 여의도 풍경이다.
금감원은 지난 9일 열 명중 일곱 명을 바꾸는 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저축은행 사태로 언론의 몰매를 맞는 처지라 앞서 국·실장 인사와 마찬가지로 쇄신과 변화가 강조됐다.
팀장들은 사실 변화의 중심이다. 1550여명 직원 중 팀장은 262명, 이번에 승진한 새 팀장은 33명이다. 보통 경력 16~18년차 때 팀장을 맡고 실무 책임자로 금융 감독의 허리 역할을 한다.
금감원은 신입 팀장들 상당수를 검사 부문 등 현장 최전선에 전진 배치했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다.
한 신입 팀장은 이날 술자리에서 "월급은 줄어도 일할 생각을 하니까 신이 난다"고 말했다. 팀장부터 연봉제가 적용되면서 시간외 수당 등이 적용 안 되는 탓에 부하직원이 오히려 월급이 많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곧 얼굴에 그늘이 진다. 금감원을 둘러싼 최근 이슈가 저녁상에 오른다. "감사로 나가 후배들한테 로비한다고요? 인사에서 물 먹고 나가서 후배들한테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참았던 하소연도 쏟아진다. "(후배들이)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투정부리는 감사가 더 많아요"
물론 어떤 변명과 앓는 소리도 떨어진 신뢰를 회복시킬 수는 없다.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를 풀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제 일은 하게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범 정부차원의 대책과 자체 쇄신안으로 철저히 고칠 건 고치돼 금감원의 고유 기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잘 하라고 혼내는 건데 (금융감독) 기능이 죽으면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는 없다"며 금감원을 챙겼다.
'과음금지'라는 근신지침 때문인지 이날 저녁 자리는 대부분 일찍 끝났다. 집으로 향하기 전 나온 마지막 말들은 비슷했다. "이제 우리 일 좀 하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