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오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려 서 있으면 노란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역주행 주의'. 큼직한 붉은 글씨가 눈길을 끈다.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표지판이다.
참 이상한 표지판이다.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 높은 환경이라면 주의 표지판을 세우는 대신 역주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꿔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주행 주의' 표지판이 비단 숭례문 오거리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요즘 저축은행과 관련된 지역(?)에는 죄다 주의 표지판만 있다.
최근 만난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갈수록 부실 저축은행이 되는 방향으로 내모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보험료율 인상이 건전경영을 유도하기보다 부실저축은행의 예보 소요분을 현재 남아있는 정상 저축은행에 떠넘김으로써 더욱 부실 위험 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저축은행이 부담하고 있는 예금보험료는 0.35%다. 이는 은행이 0.08%, 증권·보험·종금이 0.15%인 것에 비하면 2~4배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때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특별기여금 0.1%를 포함하면 0.45%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금준비예치금과 금융업자 수익금에 대한 교육세, 중앙회비, 상공회의소 회비 등 조달비용이 높아 운영수익율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위험한 대출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
실제로 A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예보료로 97억원, 금융업자 수익금에 대한 교육세 12억원, 중앙회비 및 상공회의소 회비 1억46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연간 50억원의 이익을 내기도 힘든데 110억원 이상을 보험료 등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말이다.
'먹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만 늘어난다면 부실화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예금자들이 부실해지는 저축은행을 떠나는 것 역시 막기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개의 주의 표지판을 늘어놓는 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