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권 신임금체계…'계급 분화'

[기자수첩]금융권 신임금체계…'계급 분화'

박재범 기자
2011.07.20 17:59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한 국책은행 임원이 한 숨을 내쉬었다. 최근 입사한 신입행원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다. 돈, 연봉 문제가 나오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까움을 너머 심각한 표정까지 지었다. 마치 자신의 연봉이라도 깎인 냥 흥분했다.

얘기는 이렇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융권의 고임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위기를 초래한 이들이 수혜만 입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명분이었다. 그렇다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 자연스레 금융공기업이 총대를 멨다.

금융감독원이 선봉에서 임금 삭감을 외쳤고 산업은행 거래소 등이 뒤를 따랐다. 그런데 정작 임금 삭감의 대상은 신입 직원이었다. 기존 직원의 기득권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슬쩍 넘어갔다.

이런 '신 임금 체계'의 결과는 사내 계급 분화다. 이른바 금융 공기업중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감원만 봐도 확인된다. '신 임금 체계'로 뽑힌 공채 11기와 12기의 초임 연봉은 10기에 비해 795만6000원이 적었다. 입사 1년 차 때문에 800만원의 격차가 생긴 셈이다.

특히 임금 인상이 초임 연봉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만큼 갈수록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벌써 이 시스템 하에서 두 해를 지났다. 공채 11기 29명, 공채 12기 45명 등 금감원만 74명이다. 전체 인원 1600명에 비하면 아직 소수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목소리가 커졌다. 금감원을 기준삼아 틀을 짠 다른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해가 지날수록 이들 세력은 커져 간다. 국책은행 임원의 걱정은 여기 있다. 그들의 세력화가 무섭다는 거다. 지금도 집회에 간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단다. 차분한 조언에 돌아오는 답변은 "선배와 우린 출발부터 달라요"다.

이게 쌓이다보면 사내 계급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금융 공기업 직원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그 갈등의 결과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걷잡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권 임금이 너무 높다" 등의 논쟁보다 '고교 출신 채용'의 이벤트보다 '계급 분화'를 막는 게 먼저인 이유다. 늦어질수록 그만큼 감내야할 계급의 세력이 커지고 비용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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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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