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경쟁력에서 밀리고 언어 장벽에 부딪치고 현지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기자가 동남아시아 출장길에 국내은행의 현지 법인장에게 '현지화 전략'을 묻자 이 법인장은 되레 이렇게 물었다. 말을 더 들어보니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데, 경쟁사인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대출 금리가 최대 1.0%포인트 비싸다. 인지도는 HSBC, 씨티와 같은 글로벌 은행은 물론이고 현지 은행에게도 뒤쳐진다.
이 법인장은 "은행을 소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인들은 물론 현지 기업인들이 모이는 자리에 무조건 찾아가서 은행을 알린다"고 했다.
출장에서 만난 10명의 법인장과 지점장들의 상황도 거의 비슷했다.
이들은 금융회사의 경영방식으로 접근하면 무슨 일만 생기면 바로 철수, 다시 진출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적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재진출하려는 한국 금융사들의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퇴짜를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IMF시절 싱가포르에서 철수하면서 현재 재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은행인 뱅크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의 지분을 팔고 나온 후 다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외 자본에 빗장을 걸기 시작한 인도네시아의 금융당국 방침에 막혀서 진출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현지 법인장들 대부분은 "해외진출을 할 때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금융회사의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근무 기간부터 우선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 시중은행 법인장은 "현지 언어를 배우는 데 1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현지의 제도를 익히고 한국 기업이나 현지 기업들을 파악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통상 은행의 경우 해외지점 발령을 보상 또는 일종의 혜택으로 보는 인식이 커 해외 지점에서 3년 이상 근무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현지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거나 현지 직원들을 관리할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한 현지 지점장은 "현지 금융당국의 지침서를 해석하는 데도 힘이 든 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 진출은 기본 10년은 투자해야 가시적인 성과를 바랄 수 있는 중장기 과제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3년. 임기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CEO로서는 해외진출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기가 꺼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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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근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사 CEO들이 해외진출을 핵심 과제로 삼고 힘을 실어주고 있어 긍정적이다. 장기적인 전략 없이 현지화에 성공할 수 없다는 현지의 목소리부터 CEO들이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