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는 선량한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경제 사회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서 공정 사회 구현을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18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주요 부처에 지시한 말이다. 김 총리가 이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것은 강원도 태백시의 보험사기 사건 때문인데, 여기에는 5만여명의 시민 중 1%가 넘는 500여명이 연루돼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총리의 지적대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수사기관과 금융당국, 보험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보험사기 수사에 대한 손발은 완전히 묶여 있는 상태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기점은 개인정보 보호를 대폭 강화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9월 30일이었다. 태백 사건이 제대로 수사될 수 있었던 것도 9월 이전부터 오랜 기간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보험사기의 70% 이상은 자동차보험에서 벌어지는데 해당 법 시행으로 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한 사람에 대한 정보 공유가 불가능해졌다. 또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보험금 수령을 신청한 사람의 이력을 조회하는 것인데, 이조차도 어려워진 것이다.
교통사고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정보 공유가 가능하지만 사고로 격앙된 이들이 동의해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보험사기에 연루됐다면 선뜻 응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불법적인 개인 정보 수집을 법으로 차단해 정보 유출 피해를 줄인다는 게 목적이지만 범죄 적발 등 공익목적의 활용까지 제약하는 것이다. 이처럼 선의의 법 때문에 부작용이 초래된 것은 수년전부터 계류 중이던 관련법이 현대캐피탈·농협 등의 해킹 피해 때문에 급하게 통과됐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정부쪽에 정당한 업무 수행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과 공유는 예외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지난 17일 보험경영인 조찬모임에서도 이같은 어려움의 호소가 이어졌다.
주무부처와 국회 등에서는 시행한지 두 달도 채 안 된 법에 예외 조항이 거론되는 것이 입법 부실로 비쳐질까 미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부처의 체면 때문에 총리의 엄명이 허언이 되서도, 가구당 매년 15만원씩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보험사기 근절이 어려워져서도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