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금융·외환銀 '소통의 벽' 깨라

[기자수첩]하나금융·외환銀 '소통의 벽' 깨라

오상헌 기자
2011.12.12 15:20

1991년 출범 당시 하나은행은 여러 은행에서 온 '용병'들의 집합체였다. 신한은행 출신으로 은행장까지 오른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그 때 합류했다.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창립 당시 하나은행 전략·기획 담당 파트엔 외환은행 출신이 특히 많았다고 한다. 전략기획부는 사람으로 치면 몸통을 제어하는 '브레인'이다. 당시 금융권 우수 인재의 산실이 엘리트 집단으로 통하던 외환은행이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그로부터 꼭 20년이 지난 2011년.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로의 피인수를 앞두고 있다. 연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가 가려지고 내년 초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를 거치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된다.

그럼에도 외환은행 직원들은 여전히 뿔이 단단히 나 있다. 벌써 1년째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밥그릇 싸움'으로 몰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단 외환은행 특유의 자부심 강한 조직문화나 정서적 거부감이 더 큰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에 인수된다는 감정적 불편함과 수십 년간 쌓아온 외환은행의 정체성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을 껴안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 "외환은행 독자브랜드와 정체성을 유지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초대 외환은행장에 하나금융 색채가 옅은 대신 글로벌 마인드가 뛰어나고 이미 검증된 최고경영자(CEO)인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현 하나금융 글로벌 담당 부회장)을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돌이켜보면 하나금융 경영진과 외환은행 직원들은 지난 1년 간 '소통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대화의 단절과 그로 인한 감정의 앙금이 서로의 진정성이나 진의를 확인할 기회를 앗아간 측면이 있다.

김 회장은 언제든지 노조뿐 아니라 외환은행 직원들과 대화하겠다고 했다. 외환은행 노조도 이제는 대화에 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치킨게임'을 이어가는 형국이어선 양쪽 모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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