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상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편안한 자세로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에 신경세포를 집중시켜 느껴본다. 통증이 있거나 어딘가 편치 않은 부분이 있으면 비정상이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아무 느낌이 없다. 만성 비염에 시달리는 사람은 숨 쉴 때마다 답답한 코의 불편한 존재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코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도 비슷하다. 적어도 당장은 문제없고 무난한 조직은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제 역할만 조용히 한다. 이와 달리 툭하면 언론에 오르내려 온 국민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고 끊임없이 이슈가 터져 나오는 기관은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거나 사고를 쳤거나 둘 중 하나다.
올 한해 가장 언론에 많이 등장했던 기관 중 하나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다. 금융당국이 올해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때가 없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금융소비자 보호 같은 굵직한 이슈가 우리사회를 휩쓸면서 중요한 역할도 했고 그만큼 곤욕도 치렀다.
비록 일부지만 직원들이 불법과 비리에 연루돼 지탄을 받았고 기관 차원의 부실 감독에 허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에 소홀해 대형 해킹사고를 당하고 불합리한 금융사의 각종 관행을 이제야 손보기 시작한 점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반면 글로벌 금융 불안이라는 격변기 속에 금융당국의 중요성이 이처럼 부각된 때도 없었다. 난세에 영웅난다고 '스타 플레이어'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감원장이 어느 기관의 수장보다 막중한 영향력을 끼치며 뛰었기에 이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버틴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풀어야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기본은 금융당국이 있는 듯 없는 듯 국민들이 모르고 살도록 온갖 사태를 사전에 막는 것이다. 나아가 최선은 좋은 소식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모으는 일이다. 새해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에 사활을 걸었고 권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두 수장이 내년 보여줄 '필살기'가 우리 금융시스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