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또 맞아도 이 돈은 아까워…

[기자수첩]로또 맞아도 이 돈은 아까워…

박종진 기자
2012.01.25 16:41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아까워하는 비용은 뭘까. 한 지상파 방송의 설 특집 퀴즈쇼 프로그램에서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물었다. 내가 안 먹은 술값, 경조사비, 택시비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제친 1등은 은행 수수료였다.

일반인의 통념에서 각종 금융 업무 수수료는 바가지다. 클릭 몇 번이면 작동하는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는데 꼬박꼬박 비용을 내야하는 게 못마땅하다. 심지어 올 초 한 온라인 쇼핑몰 회원 2만300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100억원이 생겨도 아깝다고 생각되는 비용'에서도 무려 1/4 정도가 은행수수료를 꼽았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금융시장에서 수수료는 성역이다. 수수료는 일종의 '가격'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장논리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여기에 정책적 판단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시장논리에 따라 부과하고 필요하다면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탄력적 운용도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신용카드 억제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외상거래를 전제로 하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이를 누군가 부담해야 하지만 아무도 떠안을 생각이 없다. 특히 소비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높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어떤 당국자의 말대로 그랬다가는 "다 들고 일어나 난리가 날 판"이다.

사실 수수료에는 인건비와 시스템 운영·유지비, 리스크 관리 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공짜가 아니다. 지나치게 낮거나 아예 수수료가 없어 문제라면 시장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감히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신용카드 외상결제로 인한 이자비용의 일정부분을 연회비로 돌려서 부과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카드 억제 대책이 어디 있겠는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직불형카드만 사용하려 해도 매년 상당한 액수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내야 한다.

물론 반대로 내릴 수수료는 확실히 낮추거나 없앨 필요가 있다. 정부가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때 내는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은 체크카드에 교통카드 기능까지 추가해도 따로 돈을 받지 않지만 부산은행은 최대 4000원까지 받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