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도 몰랐던 대출이 2000만원? 은행직원이…

단독 나도 몰랐던 대출이 2000만원? 은행직원이…

박재범·박종진 기자
2012.02.21 05:55

예·적금 담보대출 횡령 6개 은행, 피해액 40억원…금융당국 "전화확인 의무화할 것"

회사원 김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찾아 여신현황을 조회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은행연합회 전산에 뜬 대출금액이 본인이 알고 있던 액수보다 2000만원이나 더 많았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고 더 놀랐다. 다름 아닌 거래은행의 직원이 김씨 몰래 예금담보대출을 받아 간 것이다. 말 그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일부 시중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예금을 담보로 몰래 부당 대출을 받는 횡령사고가 다수 적발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금융당국이 파악한 최근 3년간 예·적금 담보대출금 횡령사고는 39건, 피해액은 40억원에 달한다. 적발된 은행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모두 6개다.

횡령사고를 일으킨 은행 직원들은 예·적금 담보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 고객들의 관련 서류가 은행에 보관된 점을 악용했다. 담보대출 한도가 남아 있으면 보유 중인 서류를 이용해 허위로 추가 대출을 일으키는 수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기도 모르는 대출에 대해 문의해오면서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적금 담보대출은 담보가 확실한 만큼 리스크가 거의 없는데 이런 탓에 내부 감시망이 소홀한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은행들이 신규로 취급한 예·적금 담보대출 실적은 16조4000억원(약 80만건)으로 1건당 평균 70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은행직원들이 고객 몰래 담보대출을 받았더라도 발각되기 전에 갚아버리면 사실상 이를 알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적 대출기간과 상관없이 중간에 상환된 예·적금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사고여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유형의 사고는 금융 인프라의 핵심인 은행에 대한 신뢰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출 실행 과정에 고객이 직접 개입하도록 관련 절차를 바꾸고 전화를 통한 본인확인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예·적금 담보대출을 받을 때 창구에서 고객이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한 후 취급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또 대출 실행 직후 콜센터 직원 등이 전화로 모든 예·적금 담보대출 받은 사실을 직접 확인(해피 콜)토록 의무화한다. 지난해 말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자동전화응답서비스(ARS)와 인터넷으로 카드론을 받으면 일일이 유선 확인토록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향후 은행 현장검사 때에도 예·적금 담보대출 관련 내부통제 이행실태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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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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