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여사의 외제차 노이로제

[기자수첩]김여사의 외제차 노이로제

배성민 기자
2012.03.08 13:49

# 중고 경차를 모는 주부 김모씨는 요새 운전대 잡는 일이 두렵다. 기껏 해야 동네 할인점에 가는 정도로만 차를 쓰지만 얼마전 사고가 뼈아프기 때문이다. 접촉사고였지만 상대 외제차 수리비는 어마어마했다. 보험사를 통해 들은 거지만 범퍼도 수입해 와야 하고 그 기간 동안 렌트비도 경차의 한달 유지비에 달했다. 긁힌 정도라 '이 정도쯤'하며 자기 차는 고치지 않기로 했는데도 그랬다.

외제차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5배(보험개발원 자동차 충돌실험 결과, 외제차 평균1456만원, 국산차 275만원)를 넘는다고 한다. 부품 값은 국산차의 6.3배, 공임 5.3배, 도장료는 3.4배에 이른다는 것. 부품이야 수입할 수도 있어 그렇다 치지만 공임 차이를 듣고 나니 더 허탈해진 김씨.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수리직원의 임금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센터의 입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제차 수리센터는 높은 임대료를 무는 강남 요지에 있다고 했다.

외제차 판매자(딜러)들의 면면을 듣고 보니 더 씁쓸했다. 수입자동차 판매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재벌들은 GS, 두산, 효성, LS, 코오롱, KCC, 참존 등 대기업, 중견기업이 망라돼 있다. 회사가 대주주인 경우도 있긴 했지만 대개 2~3세 자녀들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외제차 수입에 뛰어드는 것은 익숙함 때문이다. 대개 해외 유학파여서 현지에서 탔던 차를 잊지 못해 귀국한 뒤로도 그 차를 찾는다고 한다. 남을 통하느니 내가 수입하겠다는 생각이 들 테고 돈을 벌기도 쉽다. 고가의 수입 외제차는 의전차량 등으로 자체 소화할 수 있고 알음알음으로 상류층 인맥을 바탕으로 품앗이 판매를 할 수도 있다.

수리비 거품에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딜러들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 판매가격이 낮아지고 자연스레 수리(A/S)나 부품공급에서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보험사들은 외제차든 국산차든 수리비를 깎아보려고 애를 쓴다. 최근 한 보험사 보상담당 임원은 해당 차종 생산 국가들의 수리비 견적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교섭을 벌이기도 하지만 외제차 딜러들마다 이해가 달라 통일된 적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평범한 운전자가 외제차에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되면 '한대라도 더 팔려야 좋은' 외제차 딜러들에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주부 김씨나 이 회장이나 다 탈 수 있는 차가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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