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트남 공산당이 준 발렌타인 21년산

[기자수첩]베트남 공산당이 준 발렌타인 21년산

박종진 기자
2012.03.27 16:01

베트남은 강한 나라다. 인류 역사상 베트남만큼 강대국의 침입에 강력한 저항을 펼친 나라도 없다. 몽골제국도 프랑스도 미국도 결국 베트남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자존심도 강하다. 수년전 국내 한 매체가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자의 국제결혼 실태를 성 상품화의 뉘앙스가 묻어나게 보도했다가 곤욕을 치른 게 단적인 예다.

그런 베트남이 자국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사뭇 태도가 다르다. 자존심보다는 적극적 구애를, 강함보다는 유연함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동료 기자들과 함께 취재차 베트남을 방문해 느낀 그들의 투자 유치 열망은 대단했다.

물론 여전히 중앙 정부의 고위관료들에게서는 고압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만난 교통부 차관은 통역이 제대로 안 이뤄지자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북쪽지역의 도로망 확충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는 식의 당부는 잊지 않았다.

도움이 절실한 지방정부의 호의는 상상 이상이다.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우리 일행이 밤 9시를 훨씬 넘긴 시간에 탱화시에 도착했다.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이하 주요 간부들은 모두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탱화성에서 가장 좋은 식당에서 전통 베트남 식사가 풀코스로 나왔다. 한국에서도 비싼 발렌타인 21년산이 무한 제공됐다.

수년이상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인사는 "1인당 연 평균소득 1000달러가 안 되는 이 지역에서 이 같은 대접은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측 한 인사는 "한국은 우리와 역사가 닮았다"고 친근함을 표시했다.

다음날 지역 TV방송국이 촬영을 나오고 장관급인 탱화성 인민위원장이 지역의 장점을 일일이 소개했다. 한국 기자단을 위해서 따로 도시 소개 책자와 각종 경제개발 프로젝트 진행현황 브리핑 자료도 만들어줬다. 예정에도 없던 전자부품 회사 방문도 이뤄졌다. 가보니 한국의 한 중견업체가 투자한 회사였다.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 길, 인민위원장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저는 한국에 특별한 감정이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남의 나라에 온 것 같지가 않았을 정도입니다. 충청남도와 자매결연도 추진 중인데 도와주십시오."

저력 있는 나라 베트남이 노골적으로 애정공세를 펴고 있다. 우리에게는 좋은 동반자이자 친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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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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