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사건과 관련해 대주단 대표인 우리은행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건의 핵심인 이정배 전 (주)파이시티(시행사) 대표가 이른바 '윗선'에 대한 로비자금을 끊은 이후 우리은행 주도로 사업권을 박탈하고 포스코건설에 시공권을 넘겼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정권 실세 연루설이 맞물리면서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5일 "파이시티 파산 신청과 시공사 교체와 관련해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으나 파산 신청은 당시 시공사였던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따른 것으로, 대주단이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재선정도 법원이 선임한 회생관리인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특혜 운운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표의 불법적인 사업권 탈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대주단이 파이시티에 대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건 2010년 8월 6일이다. 이 전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최 전 위원장 등 '실세'들에 대한 로비자금 전달을 중단했다고 밝힌 시점(2008년 5월) 직후의 일이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여러 정황을 근거로 사업권 박탈이 정권 실세의 보복성 조치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파산 신청 당시 파이시티는 사업 건축계획안 승인이 지연되면서 대출 이자를 못 낼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만기일인 2010년 2월 파이시티가 이자도 못 내자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들이 이자를 대신 내고 2010년 8월14일까지 만기를 연장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기 연장을 했지만 2010년 4월과 6월 시공사인 대우차판매와 성우종건이 각각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이자 납입도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파산신청을 하게 된 것이지 윗선의 압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우리은행은 특히 시공사 워크아웃이 아니더라도 당시 파이시티에 대한 파산신청 요건은 충분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파이시티가 2003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계약 체결 당시 협약서 상에 금지된 우발채무와 자회사 설립 등 약속을 어겼다"며 "사업권을 박탈하기 위해 무리하게 파산신청을 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새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크건설과의 '밀약설'에 관련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파이시티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어 회생관리인이 시공사 선정을 주도했고 법원의 승인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파이시티 개발사업처럼 큰 사업을 진행하면서 특정 건설사와 밀약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새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정권 실세가 개입한 밀약이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해 11월 우리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고소장과 금융당국에 낸 진정서에서 "파산 신청 전인 2010년 6월 말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의 최고위층이 모종의 합의를 해 포스코건설이 시공에 참여할 것 같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측이 2010년 7월 시공참여와 책임 사업운영방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해 새 시공사로 선정됐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