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이시티와 우리금융 민영화

[기자수첩] 파이시티와 우리금융 민영화

배규민 기자
2012.04.30 14:50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사건에 대주단 대표인 우리은행이 연루됐다는 주장이 보도되자 우리은행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전 시행사 대표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포스코 건설에 시공권을 넘기는 과정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공식 반박했다.

하지만 은행 내부는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이시티 비리 불똥이 언제 어떻게 다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혹 우리은행 고위관계자가 파이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되기라도 하면 은행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출 실무 담당자들은 이미 지난 2010년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파이시티에 약 1350억원의 대출을 내 주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대출 비리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경기도 모 리조트 개발사업 과정에서 우리은행 대출 팀장 등 실무자들이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우리은행은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개인적인 비리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년 동안 정부 소유 은행으로 있으면서 대출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회장과 우리은행장은 선임 때부터 정치권과 관가의 힘이 작용한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 인식이다. 심지어 은행 정기 인사 시즌만 되면 여기저기서 인사 청탁 전화가 걸려온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민영화가 하루 빨리 되는 게 낫다는 분석도 있다.

일단 정부는 우리금융 재매각에 돌입했다. 3개월 동안 예비 입찰서를 받고 오는 10월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 다시 무산되지 않으려면 무조건 반대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돼서는 안 된다. 좀 더 세련된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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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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