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은행에 돌을 던지기 전에…

[기자수첩]저축은행에 돌을 던지기 전에…

박종진 기자
2012.05.07 17:19

사람들이 예수 앞으로 간음한 여인을 끌고 왔다. 당시 이스라엘 율법에 따르면 이 여인은 돌에 맞아 죽어야 했다. 예수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16개월간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끝났다. 그동안 드러난 불법과 온갖 비리행태는 가히 엽기적이라 할 만하다. 고객이 맡긴 예금 수조원을 마치 자기 돈 인양 멋대로 대출하고 뒤로는 재산 빼돌리기에 바빴다. 심지어 회장이 영업자금을 들고 해외로 밀항하려다 붙잡히는 사례까지 나왔다. 범법행위의 정도로 따지면 간음한 여인은 비교 할 바 못 된다.

사회적 비난도 거셌다. 언론의 질타는 물론 당국도 정치권도 너나없이 저축은행의 불법행태를 척결하는데 열을 냈다. 어느덧 저축은행이란 단어 자체가 '문제덩어리'라는 뉘앙스를 풍기게 됐다.

당연히 불법행위는 철저히 가려내고 책임도 무겁게 지워야 한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내고 시간이 흘러 잊혀질만 하면 다시 사회로 나와 감쳐둔 재산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게 정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편히 돌만 던질 수는 없다. 저축은행이란 괴물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누군가는 저축은행이 뿌린 '거품'을 함께 즐겨왔다. 설사 법을 어기지는 않았더라도 저축은행이 급속도로 덩치를 키우는데 '기여'한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제 저축은행 사태가 남긴 교훈을 냉정히 따져 돌아볼 때다. 단순한 예지만 예금자들에게선 이미 학습효과가 나타났다. 뱅크런이 없다는 게 그 증거다. 당국자들이 오히려 놀랄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법과 부실을 철저히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는 일도 필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여러 제도개선안을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 산업 측면에서도 살펴야 한다. 뚜렷한 수익모델 없는 외형 성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너무나 큰 비용을 치르고 배웠다. 제2, 제3의 저축은행이 어딘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어쩌면 진짜 구조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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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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