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사 직원이 뿔난 이유

[기자수첩]카드사 직원이 뿔난 이유

정현수 기자
2012.06.04 14:31

"덩달아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기분입니다"

회원 소식지를 담당하는 한 카드사 직원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명세서 등과 함께 발송되는 회원 소식지에 금융정책의 변화와 카드사 주요 경영정보 등을 담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왔던 그가 뿔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로 돌아가 보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2일부터 마그네틱(MS) 카드의 자동화기기 사용을 시범적으로 중단시켰다.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한 MS카드의 IC카드 전환 정책의 일환이었다.

A씨는 1월 말부터 이 내용을 회원 소식지에 담는 작업을 시작했다.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은 명세서 등과 함께 회원들에게 발송됐다. 그런데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IC카드 전환을 두고 혼란이 발생한 것. 금감원도 입장을 선회했다. MS카드의 자동화기기 이용 제한을 6월 1일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겠다며 시기를 유예했다.

결과적으로 A씨는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한 금융당국도 숱한 비판을 받았기에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지는 않았다. 이후 A씨는 또 다시 회원 소식지를 제작하는 일에 몰두했다. "6월 1일부터 MS카드의 자동화기기 사용이 일부 제한되며, 9월 3일부터는 전면 중단된다"는 내용을 회원 소식지에 담았다.

하지만 A씨는 또 다시 '양치기 소년'이 됐다. 금감원이 지난달 16일 IC카드 전환 정책 일정을 또 다시 바꿨기 때문. 금감원은 당초 계획과 달리 MS카드의 자동화기기 사용제한을 내년 2월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A씨가 6월부터 일부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는 내용의 소식지를 발송한 직후 시점이었다.

A씨는 이후 일부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회원 소식지 내용이 엉터리라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이 야속했지만,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었다. 금감원은 IC카드 전환 정책의 시행 시기를 변경하며 "금융권의 홍보 추진계획과 실적을 정기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기초적인 홍보수단인 회원 소식지마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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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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