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금융강국코리아]<3>글로벌 인재로 글로벌 지점 만든다
#빅뱅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시바키리 사유리 씨는 일본기업 대신 한국계 은행을 택했다. 한국어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서다. 호소미 마유 씨는 한국계 은행에서 배운 것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한국식을 일본식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것.
#일본 도쿄에서 만난 박인재 기업은행 대리는 대학생 때 몸으로 부딪히며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애착이 있다. 지금은 업계 최초로 대리급 주재원으로 나와 현지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추진하며 긍정적인 경쟁 체제를 만들고 있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김포공항에서 2시간 거리인 도쿄·오사카에선 요즘 이렇듯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현지인재와 일본을 좋아하는 한국인 글로벌 인재들이 새로운 '매뉴얼'을 창조하고 있다.
이는 매우 최근 일본내 한국계 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2010년 이전까지만해도 일본에 진출한 은행들은 지점을 유지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물론 일본은 우리나라 금융권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한 때 금융을 배워온 곳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동안 한일은행 동경오사카지점 주재원을 지냈고,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도쿄지점장을 지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국내 금융사의 지점들이 축소됐을 뿐 아니라 일본의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되면서 일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적어져 '일본통'도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의 한국과 한국기업, 한국계 은행의 위상은 커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인들은 많아졌다. 이들이 한국계 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매뉴얼 일본은행 '느리다'?···틈새시장!=일본은행을 이용해 본 한국인은 '울화가 치밀 정도로' 너무 느리다고 말한다. A씨는 "단순히 예금을 하는데도 한 두 시간이 걸렸다"면서 "외국인이고 신규라지만 기다리는 뒷사람에게 미안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인 누구도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매뉴얼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매뉴얼에 있는 것은 철두철미하게 지킨다. 하지만 매뉴얼에 없는 사항은 결정을 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이런 일본인에 대해 '융통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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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인은 근무시간에 오랫동안 사적인 통화를 하는 한국인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우리사이에~'라며 대충 넘어가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계 은행 뿐 아니라 외국계 은행들이 일본에서 종종 금융청(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행정조치를 당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 이 부분들을 틈새시장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지난 2010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일본은행이 앉아서 2~3달 동안 여신심사를 하는 건에 대해 국민은행은 직접 발로 뛰며 1주일만에 여신심사를 끝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일본은행보다 고금리 여신이지만 심사 시간 단축으로 이익률을 높여주니 서로 '윈윈'이다.
◇일본 진출하려면 현지인재도 육성해야=일본에서도 금융업은 안정적이고 급여가 높아 샐러리맨 선호 직장 1지망으로 꼽힌다. 한국계 은행은 현지 은행보다 작지만 급여만큼은 비슷한 수준이어서 인기 직장에 속힌다.
하지만 현지에서 채용된 인재들은 승진에 대한 한계를 느낀다. 지점이 한개 밖에 없는 경우에는 으레 지점장 등 고위직을 본국에서 온 임직원이 맡기 때문이다. 성장의 한계가 보이므로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느끼지 못한다.

국내은행 도쿄지점들이 최근 현지 채용 직원들에게 지점장의 꿈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처음부터 한국계 은행에 적응할 수 있는 일본인을 채용해 부지점장, 지점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태생부터 다른 만큼, 이미 일본에서 현지법인으로 정착해 수많은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첫 해외지점은 1986년에 개점한 일본 오사카지점이다. 일본 교포들이 자본금 250억원으로 우리나라에 신한은행을 세운지 3년반만의 일이다. 그리고 그 이듬해, 해외여행 자유화 2년전인 1987년 1월부터 신한은행은 신입사원 중 우수사원들을 1년동안 오사카지점으로 해외연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해외연수 특전은 우수 인재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행원들의 해외연수제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초기 신입행원에게 혜택을 부여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행원 3~4년차일 때 근무성적을 기준으로 3개월 연수를 보내고 있다. 어학실력 기준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를 모르는 행원이 오사카로 연수를 와서 일어를 배우는 경우도 있다.
2009년 9월에는 신한은행이 300억엔을 투자해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을 설립했다. 일본이 외국계 은행에 현지법인을 승인해준 것은 씨티은행에 이어 두번째다.
법인전환 이후 SBJ은행은 기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지점 이외에 교포밀집 지역인 우에혼마치, 우에노, 요코하마, 고베, 신주쿠 등으로 네트워크망을 확장하고 있다. 2012년 1월 현재 SBJ은행은 8개의 영업점과 4개의 환전소를 가진 중견은행으로 성장했다. 올해 5월말 기준 SBJ은행의 직원은 본국파견 36명, 현지채용 153명 등 총 189명에 달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현지 직원들을 한국으로 9개월간 연수를 보내고 있다.
5년차 행원을 연수가 아닌 주재원으로 파견 보내고 있는 곳은 IBK기업은행(21,500원 ▲150 +0.7%)이 유일하다. 지점장을 포함해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은 총 5명, 이중 1명이 대리급으로 관리가 아닌 현지 행원들과 함께 실무를 하고 있다. 첫 시도지만 현지직원들과 섞이면서 이미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파견인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한국인처럼 일할 수 있는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본국 직원은 4명인데 비해 현지직원은 부지점장 3명을 포함해 21명에 달한다. 현지직원 중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은 17명으로 81%나 된다.
국민은행은 본국 직원 4명에 현지직원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지직원 중 순수일본인은 7명이며 이중 한국어 가능 직원은 4명이다. 국민은행은 2010년부터 도쿄지점이 흑자로 돌아서며 오사카지점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