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금융강국코리아]<4>국내 은행은 도쿄에서 지금

지난달 29일 새벽 1시36분쯤 도쿄 수도권 도심지역에는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자가 일본에 도착한 날이다. 도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지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일본에서의 지진은 흔한 일이지만 도쿄는 1년여전 강진의 쇼크가 아물지 않은 상태다. 도쿄타워의 피뢰침은 아직 지진의 여파로 휘어진 채였다. 대신 최근 오픈한 높이 634m의 도쿄 스카이트리가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은행들은 IMF외환위기의 쇼크가 아직 남아 있었다. 도쿄 미나토쿠 토라노몬 미쓰이 OSK빌딩 1층에 자리잡고 한글 간판을 내건 우리은행은 현재 지점이 하나뿐이다. 직원은 총 25명.
IMF이전 한일은행이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에, 상업은행이 도쿄, 오사카에 각각 지점이 있었고, 한일은행의 경우 도쿄지점의 직원만 60명이던 것에 비하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을 합병한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규모는 5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인 셈이다.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중은행들의 현재 도쿄지점 규모도 우리은행과 비슷하다.
그만큼 영업이 많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의 위상이 IMF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졌다는 점에서 국내은행들의 영업환경도 나아졌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신 대상, 대기업에서 현지인으로 이동= 1992~1995년에 한일은행 도쿄지점 주재원이었던 김용호 우리은행 지점장은 "일본에 진출한 국내은행들의 여신 현황은 오히려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여신 대상은 일본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1순위였고, 이어 재일교포, 일본인 순이었다. 하지만 삼성, 포스코,현대차(469,000원 ▼2,000 -0.42%)등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지금은 일본은행보다 신용도가 높아졌다. 대기업들이 더이상 한국계 은행으로부터 고금리 여신을 쓸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재일교포도 예전 같지 않다. 일본에 귀화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2, 3세도 많다. 한국계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재일교포 중에도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과거 해외지점에서 담당했던 해외유가증권, 신디케이트(공동판매회사) 등 해외투자 업무를 본사에서 직접 하면서 업무영역까지 줄어들었다.
국내 은행들의 영업 대상은 점점 교포를 포함한 현지인 또는 일본기업으로 이동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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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은 대부분 현지은행서 차입= 2004년에도 도쿄지점장으로 일했던 이인영 KB국민은행 도쿄지점장은 요즘 예전에 알았던 일본내 지인들에게 사람들을 소개받느라 정신이 없다. 자금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해외지점들은 국내 자금을 갖고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야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높다. 특히 현지법인이 아닌 경우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예금금리도 현지은행보다 높게 줘야 한다.
이 지점장은 "현지에서는 자금조달이 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한 현지은행의 경우 조달금리를 기존보다 1%이상 낮추면서 한해에 6억엔(80억원) 정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신 영업 역시 인맥이 중요하다. 이 지점장은 "해외에서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면서 "현재 여신 고객의 70%가 일본인인데 대부분 인맥으로 소개받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준법경영 중요···관련 인재 키워야= 기존 영업환경은 불리해졌지만 한국의 위상이 커지면서 다른 영업의 기회도 생기고 있다. 배용준을 비롯한 한류열풍과 K팝, 스포츠 등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면서 한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쿄 지점장들은 앞으로 현지지점 또는 법인을 이끌어갈 인재들은 영업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인들은 다소 소극적인 경향이 있어 한국계 은행에 맞는 인재로 육성하려면 이런 부분이 좀더 보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영 지점장은 "예금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직원들의 섭외능력을 키우기 위해 작은 것에서부터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면서 "주재원들은 한국에서 미리 실무를 충분히 익히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각 은행 도쿄 지점들은 본사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실무교육과 일본 금융기관 연수 등의 프로그램으로 직원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일본에서는 컨플라이언스(준법경영)가 매우 중요해 관련 인재를 키우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가 다르므로 일본 금융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금융업체의 경우 금융청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