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금융강국코리아]<7>우즈벡서 중앙아시아 시장선점 나선 '태극금융전사들'
우즈베키스탄의 고도(古都) 사마르칸트. 실크로드(비단길)의 중심 거점으로 번성했던 이곳은 14세기 티무르 제국의 수도로 또 한 번 세계사의 중심에 섰던 도시다.
사마르칸트에는 기원전부터 세워졌다는 고대 도시 아프로시압의 터가 남아있다. 아프로시압 박물관에서는 그 유명한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를 확인할 수 있다. 모자에 새 깃털을 꽂은 조우관(鳥羽冠)을 쓴 고구려 사신 2명의 윤곽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7세기쯤, 그러니까 1400년 전 이미 고구려는 이곳까지 사신을 보낼 정도로 활발한 해외진출을 펼쳐왔다.
21세기 중앙아시아 최대국가 우즈베키스탄에서 과거 고구려인의 기상 못지않게 세계무대를 누비고 개척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며 뛰고 있는 한국의 금융전사들이 주인공이다.

◇중앙아시아 중심에 외국계 '최대은행'은 산업은행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인구 2800만명의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지난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소위 중앙아시아의 '스탄 5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 가장 큰 나라다.
경제적으로도 잠재력이 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1529달러에 불과하지만 연 평균 8%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와 금 등 각종 부존자원이 풍부하다.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 가능성이 커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한 핵심 교두보라 할 만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우리 금융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등 3곳이다. 산업은행은 직접 은행을 경영하고 있고 수출입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을 운영하며 한국 기업들의 현지 영업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으로는 유일하게 주재원을 파견해 현지법인 설립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현지에서 은행 2개를 경영하며 중앙아시아 개척의 선봉에 섰다. 지난 2006년 대우증권으로부터 우즈대우뱅크를 인수해 우즈케이디비(UzKDB)를 만들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알비에스(RBS)의 우즈베키스탄 자회사, 알비에스우즈(RBS Uz)를 인수했다.
성장세도 탄탄하다. 지난 5월 기준 UzKDB의 총자산은 4억3570만 달러로 우즈베키스탄 내 상위 8위권 상업은행으로 도약했다. 기업고객을 중심으로 여유자금을 저비용으로 조달해 외국 합작기업이나 현지 우량기업에 대출해준다. 한국 본점과 연계해 가스전 개발사업 등 각종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RBS Uz도 자산규모 5억8500만 달러로서 외국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영업을 펼치고 있다. 산업은행은 연내 UzKDB와 RBS Uz를 합병해 우즈베키스탄 내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기업 위해 보유 중인 달러도 판다"
성장잠재력은 크지만 우즈베키스탄 금융환경이 만만치 않은 건 애로사항이다. 먼저 정부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국영은행들이 시장을 지배한다. 상위 5개 은행이 모두 국책은행인데 이들 은행의 대출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른다.
또 기업금융의 경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투명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회계가 불투명해 금융지원이 쉽지 않다. 소매금융도 은행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만만치 않다. 두 자릿수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저축률은 낮고 현금 출금이 자유롭지 못해 은행이용률 자체가 떨어진다.
반면 은행들의 부실자산 규모는 2007년 42.7%에서 2009년 7.3%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않는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비교적 순이자마진(NIM)이 커 영업이익이 보장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금거래 제한과 엄격한 외화관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정부는 지하경제 성장을 막고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좌거래와 카드 이용을 적극 권장한다. 현찰 출금은 월급과 같은 특정한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이마저도 50% 이상은 직불카드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
달러 환전도 시간이 걸린다. 기업들이 현지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달러로 바꾸려면 중앙은행에 신청하고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소비재 부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하기 위한 환전은 보통 6개월 이상 필요하다. 모든 출입국자들이 신고서에 일일이 호주머니에 들고 있는 외화까지 정확히 써내야할 정도로 외국환 관리가 강력하다.
사정이 이러니 산업은행이 없으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종업원 월급도 못 준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지 한 기업인은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직접 숨(현지통화)으로 바꿔 한국기업들의 월급을 내 준다"며 "현찰비율이 60~70%나 돼 종업원들이 한국기업을 잘 떠나지 않는 요인도 된다"고 말했다.

◇우즈벡 발판으로 '아시아 파이어니어 뱅크' 목표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산업은행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황원춘 UzKDB 은행장은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글로벌 성장전략으로서 '아시아 파이어니어 뱅크'를 내세운다. 광대한 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킨 개발금융 노하우를 무기로 금융수출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동북 3성에 선양지점을 준비하고 중국 서부에 청두사무소를 개설한데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 대규모 해외사업 수요가 있는 곳에 진출 기회를 노리는 있는 이유다.
즉 중국, 동남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해 아시아 파이어니어 뱅크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중요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를 위한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우수한 해외점포 직원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프렌드십코스(GFC)에는 올해 17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부터는 국외점포에서 근무하면서 현지 대학 석사과정을 병행할 수 있는 '업무병행연수'도 만들어 28명을 선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