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4>고졸 취업준비 현장 가보니···

"학교생활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도전했던 일이 무엇인가요?"(윤성배 대우건설 인사 담당자) "전산회계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대동세무고 3학년 김원희)
"답변이 너무 짧아요. 좀 더 살을 붙여서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했었는데 무엇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열심히 준비한 전산회계 자격증 시험이 기억에 납니다. 다른 일보다 열정을 쏟았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와 같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세히 표현해야 합니다."(윤 담당자)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 강당. 오는 18~19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머니투데이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5개 정부 부처가 함께 개최하는 '2012년 열린고용 채용박람회'를 앞두고 열린 '커리어 페스티벌-고졸채용 모의 면접'의 한 장면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기획한 이날 행사엔 경기여상과 서일정보산업고, 대동세무고 등 모두 100여 명이 참여했다.
대동세무고 학생 30여 명은 윤 담당자와 모의 면접을 진행했다. 이들은 윤 담당자의 질문에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면접시험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윤 팀장은 학생들에게 "면접관이 앞에 있다고 절대 떨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첫인상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을 너무 확대하고 포장하면 면접관들은 금방 알게 된다.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게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다"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한 김덕중 KB국민은행 성균관대지점장은 "내가 왜 은행에 들어오고 싶은지, 내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며 "무조건 취업만 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왜 그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졸 공채로 은행원이 되기 위해선 스펙보다 도덕성과 성실성을 면접관에게 반드시 어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졸업을 앞둔 고교생들에게 이번 채용박람회는 좋은 기회다.한국전력(46,450원 ▼300 -0.64%)과SK그룹, 하나은행 등 국내 굴지의 150여 개 기업이 참가해 3000 여 명을 뽑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채용박람회에 기대를 걸고 있는 학생들은 취업 희망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뭔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여상 3학년 김아름(19, 가명) 학생은 "작년까진 대학 진학을 준비했었는데, 올해 취업으로 진로를 바꿨다"며 "나처럼 대학 진학에서 취업으로 바꾼 애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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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진학에서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들기 때문. 명문대를 나와도 몇 년씩 놀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의 뉴스가 보도되는 등 대학이 결코 취업 보증수표가 아니란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선취업 후진학'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열린 고용' 정책을 발표한 이후 기업들의 고졸채용이 늘었고, 명문대 출신들도 합격하기 힘든 공기업과 대기업 등에 고졸자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선 특성화고에선 취업 지도가 한결 수월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기업의 고졸채용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우석(19세, 가명) 광신정보산업고 3학년 학생은 "기업들이 고졸채용을 꾸준히 늘려줬으면 좋겠다"며 "한번만 뽑고 만다면 예전처럼 대학 진학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무송 서울고용노동청장은 "너도 나도 무조건 대학에 가려고 하는 사회 분위기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 쓸데없는 학력 인플레가 우리 사회를 학력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 고졸채용 박람회를 통해 우수한 고졸 인재들이 좋은 기업에 채용돼 열린 고용 문화를 확산시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