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를 만든 취지를 퇴색시키는 건 아닐지 염려됩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의 칼을 빼내 들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내달까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현재 지배구조의 문제점과 후계구도, 사외이사의 전문성 제고 방안 등을 두루 살핀다.
당국의 '지배구조' 수술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정권 교체로 수장이 바뀔 때 잡음이 생기거나, 혹은 대형 사건이 터진 뒤 사후약방문으로 등장해왔다.
이번 지배구조 개선은 '제왕적' 지주회장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 정권시절 '4대 천황'으로 불린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정권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한을 누린 것을 이제야 손보겠다는 것이다. KB금융그룹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게 직접적인 촉매가 됐다.
이번 '개선'으로 대형 금융그룹들이 지배구조 잡음에서 자유로워진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장 견제'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지주사 체제의 취지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주사를 만든 주요 이유는 자회사들을 통합관리해 시너지를 높이는 데 있다.
당국은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과하게 통제하거나 자회사라도 지주회사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법적·제도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과한 통제'로 보느냐다. 자칫하면 허수아비 지주사가 될 수 있다.
지난 2001년 4월 국내 첫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올해로 12년이 됐지만 시너지와 종합금융서비스라는 면에서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금융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회사간 경계를 넘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지주사가 칸막이의 경계를 깨고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 경제' '창조 금융'과도 일맥상통한다. 금융회사의 한 임원은 "'창조 금융'이란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별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서비스와 파이낸싱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냉정히 말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는 제도가 문제보다 정권의 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 인사'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내부에서 승진해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어떻게 현실화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