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스스로 돕는자를 돕자는 것"

"국민행복기금, 스스로 돕는자를 돕자는 것"

대담=김준형 경제부장 겸 금융부장, 정리=배규민 기자
2013.04.22 06:45

[머투초대석]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겸 전국은행연합회장

박근혜정부의 대표 서민금융 지원정책인 '국민행복기금'이 22일 가접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가계부채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것이란 기대의 반대편에는 성실한 채무자들만 바보로 만들고 도덕적해이를 조장하는 정책이라는 시선들이 있다. 채무자의 재활보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제도라는 불만도 나온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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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가 다른) 양측으로부터 불만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서로가 양보하고 윈윈할 수 있는 제도라는 방증 아닌가."

어깨가 무거울만도 하지만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넘치는 건 '균형 잡힌 설계'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채권자인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장이 행복기금을 맡은 데 대해 '중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4000개 넘는 금융기관을 행복기금에 동참하게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일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박 회장은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설명할 때면 서운함과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 갚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힘들어 '못 갚는' 사람이 절반이라도 상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즉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공동체정신'에 색안경을 들이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우리금융 회장을 지낸 박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정책목표에 가장 합당한 매수자와 매각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금융업을 포함,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든 서비스산업총연합회에 대한 애착이 큰 박 회장은 "제조업을 키워온 것과 같은 정책과 시각을 서비스업에도 똑같이 적용한다면 금융에서도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22일부터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됩니다. 도덕적해이나 형평성문제 등의 우려를 극복하고 국민행복기금이 안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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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은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득이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최대 50%의 빚을 '감면'해주는데 사람들이 초점을 맞추지만 실은 빚을 갚기가 매우 힘들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50%라도 갚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빚을 갚을 의지가 있는 특정 대상에게 빚을 감면해주고 상환을 돕는 제도는 금융회사들이 기존에도 개별적으로 해온 일입니다. 기존에는 금융회사간 정보공유가 안돼 다중채무자들의 채무를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국민행복기금은 4000여개 금융회사가 참여함으로써 이를 극복한 겁니다.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갚아보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들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면 채무상환능력이 더 훼손돼 금융회사들도 손해고, 사회보장 대상자가 되면 나라재정에도 큰 부담이 됩니다.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데요.

▶국민행복기금에서 가려낼 겁니다. 국세청도 간접적으로 협조해주기로 했습니다.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국세청에 자료를 요청해서 확인할 생각입니다.

거꾸로 일각에서는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에게 50%를 상환하도록 한 것은 금융기관의 입장을 반영한 가혹한 처사라는 불만도 있지만 빚을 안갚아도 된다는 생각이 확산되면 경제와 금융질서가 다 무너집니다.

―국민행복기금은 단 1회에 그친다고 강조해왔는데, 이후에도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서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행복기금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예외적인 구제를 해주는 조치라는 말입니다.

기존 개인파산제도나 신용회복기금 같은 제도는 국민행복기금이 완료돼도 기존대로 운용됩니다. 신용회복기금 참여기관이 200여개라는 한계가 있는데 국민행복기금이 성공적으로 운용되면 금융기관들의 신용회복기금 참여도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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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금융의 민영화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4번째 도전인데 우리금융 회장을 지낸 입장에서 민영화 성공의 전제조건이나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민영화'라는 용어부터 틀렸습니다. 원래 민간은행인데 뭘 더 민영화하나요? 정확히 말하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7%를 매각하는 일입니다. 즉 '지분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가 목표라는 말입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는 매수자가 많이 몰리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법체계는 지분인수에 관심이 있는 매수자들을 모두 배제했습니다.

재벌기업과 산업자본에 지분을 넘길 수는 없지만 연기금, 국부펀드, 글로벌 금융그룹까지 금융업 외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로 산업자본으로 간주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또 외국자본이라는 것만으로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미 신한금융그룹(63.1%) KB금융그룹(65.6%) 하나금융그룹(65.6%)도 주식의 60% 이상을 외국인 주주들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잠재적 매수자는 대부분 배제하면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주장하니 주식매각이 안 되는 겁니다.

―회장 재직시 메가뱅크 매각방식을 제안하기도 하셨는데요.

▶해외 기업설명회에서 투자자들로부터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우리금융그룹 등을 합병해서 팔면 매각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먼저 제기돼 개념을 정리한 것입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기업들의 금융서비스 수요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민영화로 대형금융그룹을 만드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처럼 글로벌 잠재매수자들이 배제된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그룹 CEO(최고경영자) 교체 문제가 논란이 되는데요.

▶시장에서 CEO 교체는 중대한 리스크로 봅니다. CEO 교체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면 이유 없는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임명권이 없는 한 개입해서는 안되고 임명권이 있다고 해도 시장이 납득할 만한 인사를 추천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예고했습니다. 직접 금융그룹을 경영해본 입장에서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운영상의 문제라고 봅니다. 제도를 계속 바꾸면 언제 자리잡을지 모르겠습니다.

지주 회장은 자회사와 '경영계약'을 통해서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경영계약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자회사 CEO가 역할을 잘해냈으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 바꾸면 됩니다. 금융그룹 회장이 자회사 경영에 시시콜콜 간섭하면 나중에 자회사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지주 회장의 주요 역할은 자회사 인수·합병과 매각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이것만 하려고 해도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이사회문제와 관련해서는 주주를 대표해서 CEO를 견제하라고 만든 이사회가 사실상 CEO의 추천으로 선출돼 제구실을 못하거나 또는 정반대로 이사회가 이사추천권을 독점해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연임을 제한하거나 이사회 의장의 교대제 등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이사 선임에 간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은행연합회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요.

▶전국은행연합회장이자 서비스산업 총연합회장으로서 목표인데, 은행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제조업이 돈을 벌면 잘했다고 하면서 서비스업이 돈을 벌면 시각이 곱지 않습니다. 서비스도 제조업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제조업체가 무에서 출발, 세계무대에서 정상에 우뚝 선 것처럼 이제는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에 제조업과 같은 시각을 갖고 투자해야 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잠재적인 성장성이 더 큽니다.

―금융권의 '삼성전자' 탄생도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물론입니다. HSBC의 경우 해외점포 설립시 3~5년 동안은 단기실적을 이유로 임원을 문책하지는 않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을 포함한 정부는 국가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국내은행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당장 지금 진행되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에서 은행업 등 서비스업의 진출을 협상대상에 적극 포함해야 합니다. 해외진출이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는 시각도 있던데 아직 전세계에는 제대로 된 은행이 없는 곳도 많습니다. 국내은행의 소매금융 노하우와 전산시스템은 분명 경쟁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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