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년 60세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사무직 근로자의 임금단체협상을 '선도'해온 은행권에서는 이미 정년연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5월 초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금융노조가 정년연장을 주요 안건으로 예고하고 있어 은행권은 정년연장 현실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이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노·사 자율 합의를 통해 정년연장 실험에 나서고 있다. SC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만 62세까지 정년을 늘리는 프로그램에 노·사가 사실상 합의를 이뤘고, 이르면 다음 달 쯤 시행할 예정이다.
SC은행 노·사는 지난 2월 현재 58세인 정년 연한을 62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정년 연장형 은퇴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이는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8세 이상 부장 또는 만 45세 이상 팀장급 직원이 프로그램에 신청하면, 62세까지 정년을 연장해 주는 대신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직전 연도 기준으로 연봉의 2배 실적을 올려야 기존 연봉 100%를 보장받고, 실적이 더 좋으면 인센티브도 지급된다. 반면 실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연봉이 깎인다. 자녀의 대학 학자금 등 복지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당초 이달부터 시범 운영에 돌입, 신청자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노·사의 세부 합의가 다소 늦어져 이르면 다음 달부터 첫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SC은행 관계자는 "큰 골격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조건에서 아직 이견이 있다"며 "은행권 최초인 탓에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노·사가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인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 등은 이미 수년 전에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했고, 55세 이후로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고령자 근로 차별 해소에 신경을 써 왔다. 이처럼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까지 난색을 표해왔던 각 은행의 인사담당 임원들도 국회의 법제화 흐름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법제화에 따라가는 것보다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만큼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다음 달 초 임단협에서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늘리는 방안 및 임금피크제도가 적용되는 시점을 '만 55세'가 아닌 '만 60세부터 국민연금 수령하기 전'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은행 경영진이 정부정책과 사회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정권초기인 지금이 정년연장 관철의 최적기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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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미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임단협 협상안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전달했다. 교섭을 앞두고 국회의 법제화 움직임 덕분에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임단협서는 정년 연장안이 아쉽게 무산됐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