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내달로 연기될 전망이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절차 및 이사회 독립성, 경영진 보수체계 개선안 등을 법안으로 상향할지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다만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을 위해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기한 '5%룰' '10%룰' 완화에 대해 법안 개정은 별도로 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법령해석 범위 내에서 경영참여 목적이 아닌 추천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2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다음달 이후로 연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동행함에 따라 세부안에 대한 의사 결정이 후순위로 밀린데다 자율규제인 모범관행의 어떤 항목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으로 상향해 입법화 할지 세부 검토에 추가 시간이 소요돼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4월 중 결론 나고 입법 스케줄이 논의되면 시행시점은 적어도 하반기 10월 정도로 예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위 최종 발표일이 이보다 밀릴 전망이다. 이 원장은 당초 이날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지배구조 개선안이 도출될 때 까지 무기한 일정을 연기한 상태다.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찬진 원장이 띄운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 실행 여부다.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금감원은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권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의 '5%룰'과 '10%룰'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5%룰은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거나 추가로 지분 1%를 확대할 경우 5일 이내 공시 및 보고 의무를 부여한 규제다. 10%룰은 지분 10% 이상 보유한 주주가 6개월 이내 해당 주식을 매도해 낸 차익에 대해 기업에 반환해야 하는 의무다.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대량 보유한 경우 이런 규제를 받다보니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에 부담을 갖게 된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국민연금의 추천권 행사 확대를 위해서 자본시장법이나 지배구조법을 별도로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제도만으로도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2017년 금융위의 스튜어드십 코드 법령해석집에 따르면 연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하더라고 보유목적을 단순투자 혹은 일반투자로 공시한 경우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일반투자 목적이라면 사외이사 추천,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더라고 5%룰에 따른 엄격한 공시 의무, 10%룰에 따른 단기매매차익 환수 대상(국민연금 특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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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금융지주 지분율은 6~9%대인데 K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에 대해선 일반투자 목적,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선 단순투자 목적 보유로 공시 중이다. 2023년 이전에는 대부분 일반투자 목적이었다가 지난해말 이후 대부분의 지주에 대해선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현행 규정 내에서 사외이사 추천을 하려면 다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하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만을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 다른 기관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다만 일반투자 제도에도 국민연금이 수년간 사외이사 추천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을 더 덜어주지 않으면 사외이사 추천에 적극 나설 유인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역할론을 들고 나온 이찬진 금감원장과 금융위 간의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원장은 2021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풀'을 구성하려다가 진전 없이 무산된 적이 있다. 국민연금은 전업권 통틀어 지금까지 사외이사 추천을 사례가 없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자(CEO) 연임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한 방안과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수 및 성과급 환수(클로백) 제도는 지배구조법으로 상향해 입법화할 방침이다. 다만 CEO 특별결의는 은행계 금융지주에만 적용하고 오너가 있는 비은행지주에는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