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에 수시로 전화해보세요".
일본 여행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글이다. 환전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객들 사이에 오간 대화로, 내막을 들어보면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요약하면 외국동전으로 '여행비용 절감하기'다. 사연은 이렇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외국동전을 매매기준율의 50%에 매입해 70%에 되판다. 여행객 입장에서 동전으로 환전할 경우 10만원어치의 엔화를 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객들로서는 동전 환전만으로도 30%의 여행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동전 환전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선 외국동전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제주은행만 전 영업점에서 외국동전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도 보유하고 있는 외국동전이 많지 않다. 손해를 보면서 은행에 외국동전을 가져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여행객들은 있기 마련. 외환은행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외국동전 보유 유무를 확인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 것이다. 외국동전 환전에 성공한 이들이 '무용담'까지 올리는 이유다. 이들은 무거운 동전을 들고 해외로 나가는 수고까지 하면서 외국동전 환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무용담으로 치부하기에는 여러모로 씁쓸하다. 그만큼 외국동전 환전 시스템이 왜곡돼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외국동전은 지금까지 줄곧 골칫덩어리로 여겨졌다. 은행들은 외국동전을 보관했다가 해당국가로 수출하지만 이때 운송비 등 비용만 동전가치의 70%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은행들이 동전 가치의 50% 수준에서 외국동전을 원화로 바꿔주는 이유다. 그래야 손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외국동전을 받지 않는 은행들도 부지기수다. 외국여행 후 남은 외국동전이 각 가정에 방치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각 가정에 방치된 외국동전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동전은 사적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다. 중고물품 거래사이트 등에서는 "외국동전을 산다"는 게시글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기행각에 연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동전을 기부활동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인지도는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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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각에서는 외국에서도 동전을 환전해주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외화낭비 문제를 그냥 방치하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은행들이 외국동전 환전을 꺼리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20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답을 찾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