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와 투자자 보호

동양 사태와 투자자 보호

김진형 기자
2013.10.10 06:23

[우리가 보는 세상]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난타 당하고 있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 이후 그렇게 '금융소비자보호'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다음 주 국정감사는 금융당국 성토장이 될 전망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금감원은 뭐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이 손 놓고 지켜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감독할 수 있는 규정과 제도의 범위 내에서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동양증권이 과도한 계열사 CP를 축소토록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행을 모니터링했고 CP 불완전판매를 적발해 대표이사에게 '문책경고' 했다. CP 판매를 금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객에게 계열사 채권을 판매할 때는 안내서류에 자본잠식 사실을 기재하고 투자위험을 충분히 알리도록 조치했다.

그럼에도 동양그룹은 결국 무너졌다. 약 5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금감원이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더라도 1명이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예금자,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금감원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투자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과 자기책임 하에 투자한 사람까지 지켜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 구분돼야 한다. 소비자 보호의 대상에 악성 블랙컨슈머까지 포함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감원의 지도로 동양증권이 계열사의 회사채나 CP를 팔면서 투자자에게 서명받은 설명서에는 '신용등급 투자부적격', '자본적정성 매우 취약', '유동성 확보 불확실', '지급보증 하지 않음' 등 '무서운(?)' 문구들이 가득하다.

동양은 시중금리가 3% 수준일 때 7~8%의 금리를 제공했다. 일반적인 금리보다 무려 4~5%포인트를 더 준다는 것은 그만큼 정상적인 상품은 아닐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투자자의 상당수는 이 상품에 2회 이상 투자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고금리의 수익을 얻으면서 재투자했다는 얘기다.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문제와 별개로 모든 투자자를 선의의 피해자로 보는 것이 무리인 이유다.

동양그룹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와 사기성 CP 발행, 금융감독당국의 늑장 대응, 채권단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실징후 대기업 관리 등 동양그룹 사태는 다양한 이슈를 파생시키고 있다.

모든 문제가 다 도마에 오르고 나면 자연스레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어질 것이다. 계속되는 '묻지마 투자-피해자 양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사기성 채권 발행 차단, 불완전판매 방지 방안, 금융투자자 교육 강화 등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까지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투자자들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관리종목에 투자해 놓고 상장폐지 됐다고 투자자 피해를 책임져 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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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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