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광주은행 매각 막아선 '의원님들'

경남·광주은행 매각 막아선 '의원님들'

김진형 기자
2014.01.02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국회에 발목 잡힌 법안들이 비단 이것뿐일까. 예산안도 해를 넘겨 처리하는 국회에선 이 정도 법안의 연내 처리 무산은 '다반사'다.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약 6500억원을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얘기다. 우리금융 매각을 위해 통과돼야 할 법안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회에서 해를 넘긴 법안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조특법 개정안을 심사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 법안 처리를 미루다 결국 2월 국회로 넘겨 버렸다.

이런 법안이 조세소위 막판까지 통과되지 못한 것 자체가 사실 이례적이다. 조세소위는 보통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은 세법 개정안에 먼저 합의하고 첨예하게 맞서는 법안을 마지막에 가서 담판 짓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여야 주고받기로 통과된 부자증세, 양도세 중과 폐지 같이 정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법안 정도는 돼야 막판까지 남을 자격(?)이 된다.

하지만 조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구경도 못한 이유는 여야간 정치적 이견 때문이 아니었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실력 행사 때문이었다.

경남지역 의원들은 경남지역 자본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구성된 '경은사랑컨소시엄'의 경남은행 인수가 사실상 힘들어지자 조특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했다. 광주은행의 지역 환원을 주장하던 '광주전남상공인연합'이나 '광주은행우리사주조합'이 본입찰에 참여하지도 못했는데도 광주지역 의원들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조세소위는 2월 국회에선 처리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2월 국회통과도 자신하기 어렵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원들이 '표 떨어지는 소리' 들리는 법안을 쉽게 통과시킬지, 또 '선거 안할 거냐'는 지역의원들의 요구를 여야 지도부가 무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원님'들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듯 싶다. 경남·광주은행의 지역환원을 위해서도 조특법 개정안은 통과돼야 할 법이다. 실제로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는 일부 경남·울산지역 의원들도 공동으로 서명했다.

경남·광주은행을 사모펀드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게 진정한 지역환원인지에 대한 논란은 접어둔다 해도 의원님들은 '두 은행은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도 매각이 가능'토록 '국가계약법'을 바꾸는 게 순서였을 듯싶다. 경쟁입찰 없이 지역자본에 매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부가 국가계약법에 따라 국유재산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팔면서 경쟁후보보다 3000억원 넘게 낮은 금액을 써낸 후보에게, 또 본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은 지역자본에게 경남·광주은행을 넘겨줄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경남·광주은행의 매각에 찬성하다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의 인수가 무산되자 아예 판을 깨자는 요구는 '정상화'시켜야 할 '비정상'의 또다른 사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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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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