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외환은행 노조의 선택

[광화문]외환은행 노조의 선택

지영한 부장
2014.08.11 11:15

1998년 6월28일 일요일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보람은행 구자정 행장과 골프를 치던중, 이헌재 금감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펄쩍 뛰었다. 충청은행을 인수하라는 사실상의 최후 통첩이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충청은행의 덩치가 훨씬 큰데다, 인수할 인력도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이헌재 위원장은 "외환은행에서 인수에 대비해 교육한 인력이 있으니 지원해주겠다"고 했고, 김 행장은 더는 반대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하나은행 홍보실은 짧은 보도자료를 냈다.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6월28일 오후 각 본부부서장과 실무진에 충청은행 인수작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1998년 6월28일 오후 4시. 하나은행 홍보실'

하나은행 통합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하나은행은 보도자료 발표 다음 날인 6월29일 월요일 충청은행을 인수했고 1999년 보람은행과 합병했으며 2002년 5대 시중은행이었던 서울은행과 통합했다. 그리고 2012년엔 통합을 전제로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1991년 은행으로 전환했지만 지방은행보다 작았던 90년대 '후발은행' 시절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괄목할 성장세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하나금융그룹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되기 직전인 2011년 외환은행의 순이익은 1조6220억원으로 하나은행보다도 많았지만 작년엔 3600억원대로 쪼그라 들었다. '규모의 한계'로 모든 사업분야가 위축된 까닭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타개책'으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꺼내들었다. 과거 노사합의문 대로라면 2017년 이후에나 통합 논의가 시작돼야 하지만, 두 은행이 더 망가지기 전에 서둘러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시장은 '조기통합' 추진을 반겼다. 두 은행의 통합 시너지를 높게 평가한 증권사 보고서가 이어졌다. 메릴린치는 하나-외환 조기통합에 따른 비용절감만 연간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 자체 분석으로도 하나-외환은행 통합시 비용절감과 수익증대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연간 3121억원, 3년간 약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통합은 대박'이라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조기통합을 위해선 외환은행 직원과 노조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환은행 직원들의 정서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거나 껄끄러워하는게 사실이다. 과거 싸움을 하며 '노사합의서'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아직 다 녹아내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조기통합'을 현실적으로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만나본 하나, 외환은행 직원들은 말은 달리 표현하면서도 두 은행의 통합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다들 아는 듯 했다.

다만 외환은행 고참 직원중에는 '조기통합'을 겁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같은 직급이라도 하나은행쪽이 4~5년 젊기 때문에, 자리에서 밀릴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그러나 합의서대로 2017년 이후 통합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이로운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 만의 하나 3년 후 은행 상황이 더 악화되어 통합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수반되면 그 고통은 누구 몫일까? 노조 역시 조기통합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을 대안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직원들은 노조에 '나침반' 역할을 기대한다. '조기통합' 논의가 나왔을 때 고용과 복지에서 실리를 찾고, 직원 정서를 어루만지면서 '조기통합'을 도모하는 것이 노조의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하나금융그룹의 통합 은행은 점포수가 1000개에 달하고, 대출 규모로는 국내은행 1위가 될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 그 만큼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기회도 많아지고, 이들은 통합 은행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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