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질 '보안', 논란 일으킬 '금산분리'..부작용 최소화할 묘안 찾아야
"핀테크 같은 것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데 늦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등 5개 부처 업무보고 중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 토론 중 '핀테크 산업의 뒤늦은 발동'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청 뒤늦게 출발했지만 연말에는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연말에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업무계획에는 구체적인 핀테크 산업 지원 방안이 담기지는 않았다. 맛보기 수준이었다. 전자금융서비스에 대한 보안성심의 폐지, 핀테크산업에 2000억원 지원, 인터넷은행 설립 방안 마련, 은행과 증권거래시 엑티브X 및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정도다.
원칙적인 방향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핀테크산업 지원방안은 이달말, 인터넷은행 설립 방안의 윤곽은 3월말에나 나온다.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뜯어 고쳐야 할 것이 많다. '금융당국의 보수적 태도가 핀테크 발전 지연의 원인'이라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지난해 말 발언처럼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의 방향은 나왔다. 금융위는 사전 규제를 사후 점검으로 바꾸고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규율 체계를 온라인 시대에 맞게 뜯어 고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어려운 숙제들이 적지 않다. 특히 소비자보호, 보안 문제는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실제로 크라우딩펀드(불특정 다수로부터 소액의 투자자금 모금)을 허용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경우 그 피해를 어떻게 하느냐'는 논란 때문이다.
보안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보안성 심사를 폐지키로 했다. 까다로운 보안성심사가 새로운 전자금융기술의 출현을 제약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보안사고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 역시 사실이다.
박 대통령도 이날 "페이팔이나 알리페이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이라며 "단단한 금융 보안의 토대 위에서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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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핀테크산업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보안에 대한 규율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언젠가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결국 100% 안전한 기술은 없는 만큼 사고 발생시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규제는 풀어주지만 사고가 생기면 책임은 확실히 져라'는 것.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와 IT 회사간 보안사고 발생시 소비자 피해보상 등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올해 핀테크산업 활성화의 핵심 화두 중 하나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존 은행권이 아닌 2금융권이나 비금융권(산업자본)의 참여가 필요하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이른바 금산분리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 또는 최소화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과 업계,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테스크포스가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3월말 공청회를 거쳐 상반기 중 최종 정부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