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국내 신용카드 3사에서 1억여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다. 당시 전 국민의 정보가 털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불안에 떨어야 했었다. 각계각층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뿌리뽑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1년여의 논의 끝에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가장 논쟁적 주제는 '개인신용정보 집중기관' 설립이었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각 협회에서 개별 관리하는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정무위를 통과하면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기관을 구성·운영한다'는 부대의견이 추가됐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부대의견이 없었다면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업무 비중이 높은 은행연합회는 조직의 절반에 가까운 신용정보 관리 인력·예산을 새 기관에 넘겨줄 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를 명분으로 삼았던 은행연합회의 주장은 실종됐다. 은행연합회는 당초 금융당국의 새 기관 설립안에 반대하면서 "단일 기관의 보안이 뚫리면 업권을 막론하고 모든 금융업권의 신용 정보가 외부에 노출된다"는 등의 이유로 신용정보의 집중 자체를 반대했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법안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새 기관을 조직·운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자 슬그머니 기존의 주장을 내려 놓았다. 대신 부대의견에 대해 금융당국이 '운영은 은행연합회 중심이되 별도로 조직을 설립하는 것'으로 해석하자, 은행연합회는 '내부에 새 조직을 두는 것'이라는 해석으로 맞서고 있다.
그토록 반대하던 신설 기관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금융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관리를 위해서라는 그간의 주장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밥그릇은 챙겼으니 명분은 내팽개친 셈이다.
결국 소비자가 진정 바라는 것은 안전한 개인정보보호다. 은행연합회의 말 바꾸기와 잇속 차리기가 계속된다면 개인정보보호는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