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결정이 ‘외풍’이 아니었냐는 질문을 할 것 같았는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3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집무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런 말을 던졌다.
이번 금리인하는 당초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의외의 결정이었다. 앞선 2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는 점이 이유였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 결정을 놓고 '깜짝', '전격', '의외'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금리인하 결정이 연일 경기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른바 ‘외풍’ 논란이다.
실제로 지난달만 해도 “금리보다는 구조개혁이 먼저”라고 말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초부터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을 통해 금리인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민간투자사업 확대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경기부양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여권 수뇌부는 이보다 더 압박수위를 높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금통위를 하루 앞둔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완화 흐름 속에 우리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고 한은의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지난주에도 ‘환율전쟁’, ‘디플레이션’ 표현을 빌어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달에만 두 차례나 직접적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그는 당일 금리인하 결정 소식을 접하고는 "시의적절했다. 사상 최초로 1%대 금리가 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엔저 장기화로 인한 수출경쟁력 악화 등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위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금리동결 결정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안정적인 운용 스타일과 과거 한은의 금리결정 행보를 감안할 때 대부분 동결 예상을 했던게 사실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일정상 2월 의사록이 늦게 공개돼 시그널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향후 의사록 공개시점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한 일종의 해명성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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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가 만장일치 결정을 한달 만에 뒤바꾼 점은 이례적이라는 시장의 의심섞인 눈초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총재에게 물었다. 만약에 기자간담회에서 외풍 질문이 나왔다면 어떤 대답을 하셨겠냐고. 그러자 “이제와서 뭘..”이라는 짧은 답변과 미소가 돌아왔다.
이 총재가 공식회견을 마치고 던진 혼잣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금리인하가 “외풍이 아닌 한은의 독립적인 결정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금리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앞으로 금통위를 앞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어떤 발언을 하는지. 이에 대해 한은 어떤 결정으로 화답하는지 지켜볼 필요성이 더 커진 이유다.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금리결정 외풍 논란은 독립기관을 자부하는 한은 스스로 극복해야 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