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금융강국이 되는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난 13일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이임식에서 후배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관가의 대표적 '국제금융통' 신 전 위원장은 "금융이 강해야만 나라가 튼튼해지고 국민이 편안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신 전 위원장은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에게 '금융강국'의 꿈을 넘겼다. 신 전 위원장은 임 위원장에 대해 "평생 자신과 함께 금융강국을 꿈꿔온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임 위원장도 화답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은 금융개혁"이라고 밝힌 임 위원장은 16일 공식 취임 이후 연일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을 택했다. "금감원과 혼연일체가 돼 금융개혁을 이루겠다"고 진웅섭 금감원장과 다짐했다. 곧바로 첫 간담회는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업계 차·팀장급 실무자들과 함께 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겠다"며 임 위원장이 직접 제안한 조찬모임 '금(金)요회'도 가졌다. 임 위원장을 보좌하고 있는 공무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일정이다. 임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임 위원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정부는 연일 강도 높게 금융권에 보신주의 타파를 주문하며 '금융개혁'을 외치고 있다. 국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금융신뢰지수 결과 보고에 따르면 금융감독기관 효율성, 금융정책 적정성 등 금융당국과 정책 관련 평가는 바닥권을 면치 못했다. 금융회사 역시 금융당국의 개혁이 더 시급하다는 시선을 지우지 않고 있다.
임 위원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스스로 개혁할 부분이 없는지부터 찾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20개월 동안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도 맡았던 임 위원장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임 위원장이 두루 쌓은 민관 경험에서 비롯된 복안 없이 이전과 다름없는 금융개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운용의 묘를 살려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강국'을 이룰 수 있는 임 위원장의 역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