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보고 다시 은행에 들어가라면 어렵겠네요.”
하반기 공개채용 최종 면접 심사를 마치고 나온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 말이다. 올해도 시중은행 공개 채용 경쟁률이 평균 100대 1을 가뿐히 넘기는 등 금융권 취업난은 여전한 모습이다.
금융권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 △채용 규모 확대 △임원진 연봉 반납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희망펀드 출시 등 ‘4종 세트’가 그것이다.
금융권은 우선 올해 채용 인원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3대 금융그룹 회장들도 지난달 임금의 30%를 자진 반납하고 재원을 고용 확대에 쓰기로 하는 등 고용 확대에 솔선수범하고 나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3대 지방금융그룹 회장단도 뒤따랐다.
내년 60세 정년연장 시행과 맞물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신규 채용 여력 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출시 한 달을 맞은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신탁자산 총액도 20일 현재 57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금융권 내부에서조차 이러한 노력들이 실제 일자리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정부 입김이 서린 ‘4종 세트’가 지속 가능한 해법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인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대다수 고객이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사용하는 등 인력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임금피크제 역시 신규 채용 확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5개 은행의 정규직 채용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유명 인사들의 선행성 기부로 모인 청년희망펀드 모금액 역시 정책을 집행하기엔 턱없이 모자라 전시성 행정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이나 새로운 수익 모델이 없는 이상 채용을 늘려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시성 행정보다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통한 투자 또는 혁신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