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논의 중이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산업은행보다는 수출입은행이다. 수은은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1분기에 9%대로 추락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감독원 기준치 10%를 밑돈다. 오죽하면 산은, 수은 모두 자본확충이 필요한 처지인데도 산은이 수은에 수천억원대 출자를 진행중일까.
수은은 조선·해운업 익스포져가 18조원에 달하는데 대우조선에만 9조원이 물렸다. 원래부터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많이 취급한다지만 대우조선 '쏠림현상'은 금융전문가들이 봐도 '미스터리'에 가깝다. "수출입은행이 명색이 '은행'인데 기본적인 리스크관리 능력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러 원인분석이 나오지만 "시어머니가 너무 많아 도리어 리스크관리가 엉망이 됐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산은, 수은은 둘 다 국책은행이지만 주무부처는 다르다. 산은은 금융위원회 산하고 수은은 기획재정부 밑이다. 2008년 재정경제부(현 기재부)서 금융정책국이 떨어져나와 금융위가 생겼을 때 재경부 금정국 소관이던 산은도 함께 나왔으나 대외경제국 밑의 수은은 그대로 남았다.
이런 이력 탓에 수은은 어정쩡한 관리를 받는다. 운영 전반에 대해선 기재부 승인을 받고 예산권은 기재부, 금융위가 나눴다. 건전성 관리는 또 금융위 위탁을 받은 금감원이 담당하나 감사원이 매년, 혹은 수시로 감사를 한다.
감사원 감사가 있는 해에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는 게 '신사협정'으로 굳었다. 주무부처가 금융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감원 내에서는 "절차가 번거롭고, 눈치가 보인다"며 수은에 대한 검사를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대우조선 부실이 터지고 나서야 5년 만에 수은에 대한 종합검사를 했다.
기재부 대외경제총괄과 담당인 수은이 기재부 안에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금융위 관계자도 "수은에 막상 시급한 문제가 생겨도 기재부 팀장이 단계를 밟아야 할 보고라인이 첩첩산중인데 관리가 되겠냐"고 지적할 정도다. 그동안 기재부라는 '바쁜 시어머니' 밑에서 수은은 숨을 구멍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할 시점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하지 않으려면 국책은행인 수은을 기재부가 금융위에 넘기는 것도 이참에 검토해 봐야 한다.